[함께 읽는 노무라 리포트] 3. 큰 조정장이 온다, 미국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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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압박을 받고 쇼에 그칠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실제 오늘, EU는 3조 7천억원에 달하는 통상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역시 무역 전쟁을 경고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술 더 떠서, MD로 방어할 수 없는 핵탑재 ICBM인 '사르맛'과 수중 드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기사들과 발표들은 단순히 트럼프에 반발하는 것 만은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 맞서서 국내 정치권이 무언가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꿈틀거림(특히 러시아의 경우 더더욱)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실제 미국이 무역장벽을 세울 경우, 특히 NATO와 한국, 일본 등 구 자유진영은 미국 군수품이나 항공기에 대한 보이콧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왜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에 서훈되었습니까. 한국은 에어버스가 좋아서 산게 아니라, 일본의 로비로 미국이 AGM-84 하푼 대함 미사일을 팔지 않자 프랑스의 엑조세 대함 미사일을 구매하면서, 쭈볏거리던 프랑스에게 '그러면 에어버스도 같이 질러줄게. 그거 어차피 니들 못팔고 있잖아'라고 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죠.
1974년 한국의 엑조세 도입 이후 A300 인도량이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에어버스를 도입하는 걸 레퍼런스로, 각국이 에어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에어버스(EADS)는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보잉과 함께 대형 민항기 시장의 투탑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 입장에선 아시아나 그룹에, 정확히는 한국 정부에 감사 표시를 안 할 수 없죠. 조중훈 회장에 이어 조양호 회장, 금호아시아나의 박삼구 회장 역시 레지옹 도뇌르 훈장에 서훈되었습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 특히 2등급인 그랑도피시에Grand Officier에 지금까지 수훈된 사람은 근대 건축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르 코르뷔지에나 2차대전에서 소비에트 연방영웅에 2회나 추서된, 나치 독일의 패퇴에 결정적 기여를 한 콘스탄틴 코로솝스키 정도라는 걸 생각해보면 대를 이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 것은 프랑스가 얼마나 이 사건을 크게 평가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미국은 어이쿠야하고 부랴부랴 하푼을 다시 한국에 팔았죠. 중간에 발에 땀나도록 로비한 일본만 새된 꼴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라, 무역을 막겠다 혹은 풀겠다고 하는 행동이 단순히 하나의 결과만을 낳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진국 대부분의 기술 수준은 큰 틀에서는 사실 비슷합니다. '미국만 할 수 있는 것'이나 '일본만 할 수 있는 것' 같은 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항상 대체재는 존재합니다. 효율적이지 않거나 비싸서 잘 쓰지 않는 것 뿐이죠.
현대 해군전의 핵심. 함대함 미사일입니다. (사진은 마산함에서 발사된 AGM-84 하푼)
또한 철강이나 알루미늄같은 기초가 되는 전략 자재의 경우, 수입물가 상승은 제조된 상품의 단가를 올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에 존재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길어봐야 중간 선거까지 무역장벽이라는 패를 살랑살랑 흔들며 미국의 무역 상대국을 협박하는 정도의 액션만 보일 것입니다. 아, 상대적으로 만만한 멕시코나 캐나다는 된통 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과거 공산진영과의 대립, 냉전 시기처럼 핵 우산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절대적인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의 트위터나 세이프가드, WTO, FTA로 대표되는 통상압박 카드가 아닙니다. 이미 레이건 행정부를 시작으로 클린턴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써먹어왔기 때문입니다. 진짜 미국이 꺼내 들 카드는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장난치는 환율정책 카드입니다.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호황을 누렸던 70~80년대로 시간을 돌려봅시다. 70년대 당시 미 연준(폴 볼커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기준금리를 최대 20%까지 올리면서 물가와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은행이나 국채에 투자를 하기 위해 달러를 경쟁적으로 매수하려 들 거고, 그러면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타국환 가치는 내려가겠죠?
플라자 합의 이후, 긴 시간동안 일본은 엔고와 싸우게 됩니다
이 때 반사이익을 엄청나게 봤던 것이 일본입니다. '1달러 블라우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엔화로 가격 경졍력을 확보합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엔저 현상입니다. 일본은 이 엔저를 타고 엄청나게 미국에 물건을 팔아제꼈죠. 미일 수지를 보고 백악관에서 분노한 시점이 80년대입니다.
미국은 달러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엔화를 강제로 평가절상시켜버렸죠. 이것이 '엔고 현상'입니다. 이 때 막 치고 올라오던 신흥 공업국인 한국은 (여전히) 달러에 비해 평가절하된 원화를 타고 엄청나게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사실 80년대~90년대 한국의 급격한 대호황은 신군부 정권이 땡전뉴스를 통해 자랑해댄 것 처럼 무언가 엄청난 통치에서의 업적이 아닙니다. 유가하락과 금리 인하, 그리고 달러-엔 전쟁에 의해 생긴 엔고 현상이라는 호재를 탄겁니다. 반쯤은 얻어걸린거나 다름없죠.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던 강달러 체제입니다. 레이건의 자부심이던 강달러는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동시 누적 현상, 소위 '쌍둥이 적자'를 만들면서 퇴색하게 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강달러에 대해서는 견제를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달러가 너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꾸준히 발언해 왔으며, 달러를 어떻게 해서든 끌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레이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대상이 되고 있지요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가치를 낮추고 싶다고 해서, 과연 마음대로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적어도 내리는 쪽으로는요. 미국은 무역적자가 매우 심합니다. 무역에 있어서 항상 달러 약세 압력은 가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재무부는 1995년 당시 재무장관이 '강력한 달러는 미국의 국익이다'고 말한 뒤로 꾸준히 달러를 강력하게 지향해 왔습니다.
내리는 쪽이 아니라 올리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융시장에는 투자 자금이 엄청나게 몰려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에 가해지는 달러화 약세 압력은 금융의 강세 압력과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달러가 중요할 수 있으나, 현재 달러 가치는 매우 높다'며 트럼프와 보조를 맞출 것을 시사했습니다.
이런 달러 약세는 꾸준히 트럼프가 내건 무역 불균형이라는 테마와 맞물려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간선거에 도달하면, 더더욱 강력한 약달러 드라이브를 걸 수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증진'을 목표로 한 사탕발림을 위해서입니다. 정치권의 이런 달러 약세는, 미국 실물 경제가 가리키는 환율의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최소 2018년 중후반까지 달러 약세는 꽤나 강한 물살을 탈 것입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런 여론조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약달러 체제와 함께 미국이 보일 행보는 양적 완화로 걸레짝이 된 금융정책을 안정화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리 인상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지금까지 미국이 수출해댔던(?) 인플레이션과 역으로 움직이는 미국의 행동으로 인해 타국가로 유출되었던 자본이 월가로 급격히 흡입될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약달러를 유지하면서 달러를 도로 빨아먹는, 재미있는 움직임이죠.
이것이 소위 말하는 '되감기 현상Rewinding'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경기 둔화에서 회복하지 못해 여전히 확대 금융정책을 피는 국가들은 금융에 있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눈물을 머금고라도 덩달아 미국의 금리를 따라가야 하겠지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은 사실상 미국에 발맞춘 금리인상의 신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거시경제적으로 지나친 양적 완화를 되돌리는 효과는 될 수 있겠지만 당장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큰 브레이크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이외 국가의 경제가 큰 조정장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셈입니다.
Circle 뒤에 있는 골드만삭스를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행동이 BTC를 비롯한 암호화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쉽게 전망하기 힘듭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금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각종 투자은행(IB)들은 더 큰 수익률이 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헤맬 것이란 것입니다. 세계적인 조정장이 만일 도래하게 된다면, 인도나 중국같은 기존의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시장은 더 이상 메리트를 잃을 것입니다.
그 돈은 그렇다면 어디로 몰릴까요? 저는 서클의 폴로닉스 인수 기사를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IB들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겠다는 신호로요. BTC를 비롯해 시총이 큰 암호화폐들과, 자체적으로 커뮤니티 풀을 단단하게 거느린 암호화폐들이 인덱스 펀드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BTC 가격은 크게 오름세를 보이리라 봅니다.
오늘 날씨는 완연한 봄날씨입니다. 따스한 햇살이 겨울의 끝을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시장에서 피어날 봄을 준비해야겠죠. 그러면서도 꽃샘추위에 대비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저는 우리 모두가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한걸음 한걸음마다,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길 바라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뱀발. 오늘 50번째 헌혈을 달성하고 헌혈유공장 금장을 받았습니다. 100번을 채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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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적완화.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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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님 안녕하세요. 말씀대로 트럼프와 현정부의 기조가 수출적자를 막기위해 달러약세로 방향을 잡았다면 그대로 이루어지겠네요...그런데 예전에 언급했던 대규모의 공황이 온다면 그때는 달러가 폭등하지 않을까요...?? 2008년 때처럼요!! 그점이 궁금합니다. 헷징으로 달러를 사놓은게 좀 되서용 ㅎㅎㅎ
단기간(1년) 이내에 공황이나 폭등은 절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미국 제조업(지금도 다 망했지만)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을 결딴내겠지요.. 10년 이후 롱 텀으로 보면 전망이 애매합니다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재선으로 가는 기조를 닦는다면 약달러는 향후 더 이어지리라 봅니다. 달러 바겐세일은 꾸준히 이어지겠죠.
글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근데 중간에 엔화가치 추이 그래프 위에 '그러면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타국환 가치는 오르겠죠?'가 '그러면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타국환 가치는 내려가겠죠'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팔로하고 가요~
아이러니가 ..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에서 나온 대통령이 아니어서 그런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당론이고 정책을 펴고 있었는데 어찌하였건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사람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것은 참 아이러니네요
애초에 트럼프야 철저한 아웃사이더라(...)
과연 다음 대통령 재선이 가능할지 ......
오늘 글도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분명히 글은 긴데 재미있게 읽히네요. 저도 배워야할 필력입니다.
전두환 정권 때 누렸던 경제호황에 대한 선생님의 글이 유독 흥미로운데요. 전 사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도 크게 작용을 했다고 보지마는, 김재익의 물가안정(사실 박정희가 싸질러논 가장 큰 똥이었죠)과 OECD 가입, 수입안정화도 꽤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우선 김재익이라는 사람이 아웅산 사건으로 요절하기 이전, 금융 실명제를 추진하다가 정치자금까지 걸릴거라는 말을 들은 신군부 정권에 찍혀서 슬슬 뒷골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는걸 체크해야 할 것이라 봅니다. 그의 물가안정화는 3저 호황 이전에 있었던거라, 비록 성공적인 정책이었다고 해도 농민들을 갈아넣었다는 주홍글씨는 지우기 힘들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시기가 좀 달라요.
그리고 실제 OECD 가입은 좀 더 이후 YS의 작품입니다. 김재익은 입안이었고, 실제 YS가 치적으로 남기기 위해 무리하며 원화 절상을 시도했죠. 그러면서 외환 보유고가 2/3폭으로 줄어듭니다. 이 전후 떨어진 바트화 공격이라는 큰 지진을 못 막으면서 한국 경제사에 슈퍼 그레이트 빅 엿을 떨어뜨린 IMF를 얻어맞은거죠. 고로 OECD가입도 기각.
수입 자유화 역시 애매해보입니다. 김재익이라는 인물이 한국 경제사에 큰 획을 그은건 맞습니다. 재임 초기 결코 한국에 시장 상황이 호의적이지 않았다는걸 생각한다면 3저 호황을 타고 성장률을 올린 것 자체는 인정해야 하지만... 이 사람의 공이 2라면 주변 환경이 8이 아닌가... 하고 봅니다.
아하, 그렇게 보시는군요. 전 그래도 박정희가 죽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남기고 갔는데도, 김재익이란 인물이 경제를 주관하게 되면서 한국이 그래도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봤거든요. 그래도 역시 주변 환경 요인이 크다고 보시는군요. 역시 녹 선생님은 국내 역사도... 박학다식 이시군요. 많이 배워요. 나중엔 한국 경제사에 대해서도 올려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 ㅎㅎ
평소 제가 생각하고 있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김재익의 공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의 공을 과대평가하거나, 아웅산 사태가 아니라면 한국 경제가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시각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암호화폐가 빨리 자리를 확실하게 잡아가길~~
보팅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Cheer Up! 와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많이 투표했어요! 우리 앞으로도 힘내봐요!
좋은 포스팅감사합니다 ^^
뉴스보다 재미난 글이네요.
헌혈을 많이하면 저런 멋진 훈장도 주는군요.
트럼프와 달러 금리인상 중간선거 흐름을 잘 봐야겠습니다
와 그리고 헌혈은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