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없어졌어요.. 야호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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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하고 이모하고 울 형아들하고 이모네 형아들하고 오션월드에 놀러 왔어요. 이모가 이모부 차를 강탈했지요. 아빠와 이모부가 없어서 너무 즐거운 여행이에요. 물놀이 실컷 하고 나서 배고프다고 징징댔더니 엄마가 주섬주섬 뭔가 차리고 있어요. 엄마와 이모는 처음엔 만면에 웃음 띤 얼굴이었는데 놀러온 지 3시간 만에 폭탄이 되었어요. 머리에 연결된 심지가 타들어 가는 게 보여요. 갑자기 폭발할 거 같아서 저는 걸음걸이도 조심스러워졌어요.
저는 초등 2학년이에요. 위로 형아가 두 명 있죠. 둘째 형아는 귀찮아하면서도 잘 놀아 주는데 첫째 형아는 전혀 안 놀아줘요. 맨날 저한테 말싸움이나 이기려고 하는 악독한 형아죠. 이모네도 형아가 둘 있어요. 합치면 저까지 아들만 다섯이죠. 사실 이렇게 놀러 가면 저만 외톨이에요. 형아들은 형아들끼리만 놀고 저는 잘 안 끼워주거든요. 뭔가 불만을 말하려고 해도 형아들이 말머리를 낚아채서 저보다 두 배는 빠른 말로 먼저 지껄이거든요. 그럼 저는,

아니라니까. 그게 아니라고!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 너무 억울할 땐 울면서 엄마한테 일러요. 그럼 형아들이 혼쭐이 나죠. 하지만 잠깐 지나면 똑같아져요. 어서 말이 빨라지면 좋겠어요.
암튼 이유는 모르겠는데 엄마와 이모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어요. 그러다가 엄마에게서 못 들을 걸 듣고 말았어요.

아빠랑 같이 왔어야 했는데...

저는 아빠가 없어서 좋아 죽겠는데 엄마는 아빠를 찾고 있네요. 아빠 따위 개나 줘버렷!
아빠 퇴근할 때는 문밖에서 키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럼 난 문 옆방으로 몰래 숨거든요. 그리고 열심히 숨은 티를 낸 다음 짠하고 나타나서 아빠에게 안겨요. 그럼 아빠는 뽀뽀, 그래요. 저는 입술을 쭉 내밀어야 해요. 안그럼 아빠의 수염 공격에 턱주가리가 남아나지 않아요. 딱 요기까지만 해주면 아빠는 더는 건드리지 않아요. 가끔 심각한 수염 공격을 받으면 얼굴과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요. 소리 지르면 그 큰 손으로 입을 막고 공격을 해대니 최대한 아빠의 의도를 거슬러선 안 돼요. 그런 귀찮은 아빠 때문에 이렇게 좋은 여행을 망칠 수는 없어요. 아빠를 부르지 말라는 의미로, 저는 밥을 먹지 않는 극강의 초식으로 엄마에게 깡탈을 부렸어요. 엄마가 저 하는 대로 놔두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나 봐요. 아빠를 부르지는 않겠네요. 내일도 재밌을 거 같아요. 야호...

♡ 주말에 다들 놀러 가고 나와 작은 동서만 남았습니다. 동서네 가서 조용하게 한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야호...
♡ 9월 1일 토요일, 놀러 간 막내 아이가 잠깐 빙의했습니다. 어느 이웃집에 사는 강아지의 일기가 생각나네요. 이름이 해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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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 땡겨줘' 가 아니라 '4천에 안되겠니?' 라고 했나 보다.
무슨 동물카페라는 게 가게 근처에 생겼다. 작은 동물을 유리로 된 장식장 안에 진열해 놓은 카페다. 레스토랑이 문 닫고 나간 자리여서 무엇이 들어올지 궁금하던 차였다. 개구리나 작은 카멜레온이나 뱀이나 곤충이 아닐까 싶은데 카페 이름을 떡하니 zoorarium이라고 지은 것 보니 꽤 다양한 동물이 들어올 모양이다. 넓은 자리여서 공간 활용을 잘하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파주, 금촌, 일산 지역 유치원에 협조 공문을 보내서 아이들 손님 유치에 열성이다. 괜찮은 전략이다.
밥은 먹여야 하는데 수십 명 아이를 직접 해 먹이자니 조리사가 필요해서 아웃소싱을 하기로 했다나... 가격을 맞출 수 있는지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수십 군데 음식점 중에 우리를 선택해 준 건 고마운 일이다. 다만 가격이 4천 원! 요즘 어린이 돈까스도 7, 8천 원인데 4천 원! 잔치국수 가격도 4천 원을 못 버티고 오르는 추세인데 4천 원! 요구 조건은 디테일하다. 아이들이 필라프를 좋아하고 과일이 포함되어야 함. 필라프에 불고기나 새우를 넣으면 단가가 나올 리 없다. 에잇, 때려치우고 싶다. 50명 와서 다 남아야 20만 원이다. 소위 가성비 안 나오는 장사다.
사장님은 5천 원에 역제안하겠다고 했지만, 새가슴에 불안불안 했던 나는 4천 원으로 하자고 말해 버렸다. 결국 야채 필라프에 계란 후라이와 미소 된장국과 피클과 최소한의 과일로 구성하기로 했다. 땅 파면 뭐 10만 원이라도 나오나... 그나마 평일이니까 한다. 오더 안 하기만 해봐!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면 밤에 몰래 기어들어 가서 뱀을 몽땅 풀어 놔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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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지간에 서로 자유의 시간을 찾아 따로 있으실 그림을 그렸는데, 아니었네요 ㅎㅎㅎ저도 어느 이웃집의 해피가 생각나네요. 잘 살고 있겠죠? : 0

따로 놀고 싶었지만 갈 곳이 없었다는....ㅠㅠ
해피와 해피 맘은 잘 지내고 계시겠죠..

ㅋㅋㅋㅋㅋ
믄 말인가 했어요...
막내가 빙의 한 내용이군요 ?
암튼...ㅋㅋㅋㅋ

지난 주말 식구들이 다 놀러 갔거든요. 행복했습니다..ㅋㅋ

막내아들에 빙의해서 쓴 일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부자간의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정한 모습들이 상상이 되네요~

주라리움~ㅋㅋ
가성비 나오지 않는 장사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잘 해주실 것 같습니다~^^

막내에게 장난치면 욘석이 발버둥을... 제딴에는 괴로운가봐요..ㅋㅋ
그렇다고 가만있을 제가 아니죠..
유치원 손님들에겐 그래도 아이들인데 제대로 해줘야죠..

@sadmt님, 조심스럽지만, 님, 작가 소질있어 보입니다 ^^

헉,,, 말씀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이제 소질을 갈고 닦을 일만...ㅎㅎ

정정합니다. 이미 작가같습니다 ~

이 형님 글 엄청 잘 쓰십니다...

아빠 따위 개나 줘버렷!

에잇~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ㅋㅋㅋㅋ 아빠의 수염 공격이 엄청 싫었나봐요!! ㅎㅎ

가장 싫어하는 공격이죠. 그런 폼만 잡으면 아이 얼굴이 사색이 됩니다.
큰 애 사춘기 와서 반항하는 거 보니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실감한다는...ㅠㅠ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ㅎㅎ

ㅋㅋ 처음엔 그렇게 보이겠네요.. 행복한 주말이었습니다.

개는 무슨 죄입니까!
유니콘님은 동물학대를 멈추십시오
개에게 아빠를 주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개불짱..ㅠㅠㅠㅠㅠㅠㅠ

개에게 저를 공양하는 일이 동물학대에다가 불쌍한 개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었어요..ㅠㅠ
아 이런 강아지만도 못한 아빠의 존재감...

아이 빙의되어 쓰셨군요 ㅎㅎ
4천원은 진짜 싸게 하신거 같네요;;

아이가 진짜로 저런 말투를 쓰면 다리 몽댕이를 댕강...ㅎㅎ
4천원이라도 와주기만 한다면, 요즘 같은 때에 말입니다..ㅠㅠ

아빠와 이모부가 없어서 너무 즐거운 여행이에요.

너무 슬픈데요 ㅜ

사실 제가 즐거운 건데 막내에게 덮어씌운 것 같아요.... 더 슬픈 얘긴가요..ㅎㅎ

ㅎㅎ 꼬마 마음을 어떻게 그리 잘 알까요?

빙의되면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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