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전북 현대 - 최강팀의 조건
2018년, 한국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1강'의 독주 속에 정규 리그의 막을 내릴 모양이다. 물론 야구는 포스트시즌이, 축구는 스플릿 라운드와 승강 플레이오프가 남았지만, 두 쪽 모두 정규 시즌의 '1등'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야구의 두산 베어스와 축구의 전북 현대다. 두산과 전북은 현재의 경기체계(야구의 경우 144경기 체제, 축구의 경우 스플릿 라운드 체제)가 잡힌 이래 가장 빨리 우승을 차지한 팀들이다. 이 두 팀은 시즌을 말 그대로 '지배'했다. 두산과 전북의 독주를 막을 팀은 리그에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두산과 전북의 독주를 투자 차이라고 말한다. 다른 팀들보다 많은 돈을 써서 강한 선수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투자의 차이가 꼭 팀 전력의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K리그1 2위를 달리고 있는 경남 FC가 그 증거다. 기업구단에 비해 투자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시도민구단임에도, 한때는 전북과 경쟁구도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강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것은 '없을 때 어떻게 하느냐'이다. 올 한해 두산 베어스와 전북 현대는 최고의 선수진을 구축했지만, 그만큼 누수도 많았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에 대한 고민을 항상 안아야 했다. 한국의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타자들은 상대를 격파하는 '최고의 한방'을 담당한다. 그것을 위해 데려온 선수들은 팀과 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진 끝에 방출되는 일을 겪었다. 전북은 팀의 선수들이 연거푸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등에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완전한 팀으로 훈련하는 시기가 의외로 적은 편이었다. 흔히 말하는 '차포 떼고 장기두기' 상황이다. 하지만, 그 역경은 오히려 그들이 왜 강한 팀인가를 증명하는 좋은 이유가 되었다. 두 팀은 없는 것에 미련을 두거나 아쉬워하지 않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로 어떻게 할 지를 먼저 생각했다. 한 선수가 빠지면 다른 선수들이 나타나 바로 공백을 메웠다. 최고의 팀은 주전 선수 뿐만이 아닌,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도 최고의 선수들인 것이다.
또, 그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시즌 전반에 걸쳐 그들의 우승은 당연한것처럼 말하는 시선들이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당연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자만심과 부담감. 선두를 달리는 팀의 가장 큰 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부담도 자만도 떨쳐냈다.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전북은 '트레블'(한 시즌 내에서 정규리그, FA컵, 국제규모 프로리그를 모두 우승하는 것)을, 두산은 2017년 기아에게 내준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을 목표로 흔들림없이 전진했다. 전북은 올해 K리그 우승만을 거머쥐었지만, 트레블이라는 동기부여가 남아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프로스포츠를 막론하고, 최고의 팀은 최고의 팀 나름대로의 도전에 직면한다. 이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왕조'를 구축할 수도 있고, 옛날에는 잘나갔던 한물간 팀으로 몰락할 수도 있다. 지금 두산과 전북은 전자에 속한다. 이들의 2019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