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러시아소설 -- 엠마뉘엘 카레르

in #book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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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르 소설 세 권째 읽기이고 앞으로 그의 소설 전부를 읽을 생각이지만 흡입력 참으로 대단하다. 미셸 우엘벡을 좋아하지만 카레르 역시 엄지척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은 자신의 가족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치는 책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에 메스를 들이댄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그의 할아버지는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생사불명이 된다. 이렇게 비유해보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육이오때 가장이 납치된 가족들이 그 이후에 겪는 삶의 신산함. 카레르 할아버지는 독일에서 공부한 지식이지만 프랑스에서 힘겨운 바닥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전쟁이 터지자 독일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독일인과 친해지고 관련된 일을 한다.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인들은 부역자들을 단죄한다. 카레르 가족들에게 어둠의 그림자는 바로 할아버지의 행방불명이다.

이런 어둠은 대부분 인간들이 걸머진 숙명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당신의 잘못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사회는 당신에게 손가락질 한다. 연좌제는 이 사회에 정말 없어진 것이라고 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카레르 엄마는 최고 지식인이다. 교수이면서 학술원 의장이다. 그녀가 외무장관 후보에 올랐을 때, 극우신문이 단 몇줄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독일 부역을 이야기하자 곧바로 외무장관 지원을 포기한다. 사실 카레르 할아버지는 올곧은 사람이고 부역을 하지 않았다. 단지 프랑스에 진주한 독일인들과 친했다는 이유, 히틀러 등 파쇼사상에 동조했다는 이유만으로 프랑스에서 비난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프랑스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는 말뿐인 자유일 뿐이다. 카레르 엄마와 할아버지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사정은 우리 현실과 비슷하다. 아버지가 월북했다면 평생을 숨죽여 지내야 하는 것이다. 카레르에게 할아버지 역시 빛이 아니라 어둠과 고통의 그림자다. 이제 카레르는 자신의 삶과 가족들에게 있어서 할어버지의 존재와 부재가 가져다준 어둠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것은 할아버지 삶을 추적하고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중간부터 시작되는 카레르 약혼녀 소피와 관련된 부분부터 시속 300 킬로 속도 날아간다. 말 그대로 에로틱 스릴러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당신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 것이다. 이 부분을 히치콕과 칼비노를 합쳐 놓은 것 같다고 하지만 그런 평이 무슨 소용인가? 읽으면 느낌 올 것이다.

카레르가 할아버지 삶을 추적하는 행위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누군가'에게 가는 행위가 아닐까?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는 것. 우리는 이 때문에 싸우고 고통받고 인내하고 삶을 살아내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

이 소설에서 카레르 유모가 어릴적 불러주곤 했던 코자크 자장가가 자주 나온다. 말이 자장가일 뿐,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갖은 절절한 안타까움이 노래의 주 내용이다. 왜 하필이면 코자크 자장가 인가? 그러니깐 우리 부모가 자식들에게, 또 우리가 자식들에게 할 수 있는 사랑의 전부는 이 자장가 속에 들어있는 내용 정도가 아닐까? 카레르가 소설을 끝내면서 마주친 진실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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