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가치 회복과 블록체인의 역할
장기간 누적된 고질적인 문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혁신이라는 식상한 표현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낡고 닳은 용어는 해결 방식이 창의성을 띨 때 빛이 난다. 그러나 창의성은 분야 지식만으로 탄생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질적인 경험의 교차와 다양함이 주는 선물이다. 혁신의 주체가 많은 부분 해당 영역 외부에서 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저널리즘의 고질적인 문제 한 가지는 디지털 광고다. 기사 곳곳에 배치된 너저분한 광고는 값싼 트래픽을 먹고 살을 찌운다. 이 광고 형태는 독자 충성도나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 스토리에 대한 몰입과 관계없이 페이지뷰만 발생하면 암세포처럼 몸집을 키워나간다. 저널리즘은 이 값싼 트래픽을 벌기 위해 신뢰를 재물로 내놓는다. 신뢰의 추락은 독자의 이탈로 이어지고 수익의 하락을 불러낸다. 저널리즘을 좀 먹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렇게 구조화한다. 악순환의 구조를 깨트리기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용자의 체류 시간에 비중(CPH)을 두는 광고 상품을 내놓으며 반전을 모색했다. 품질 높은 뉴스에 게시되는 광고에 더 높은 광고 단가를 제시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기사의 품질에 따라 광고 단가를 차등화하여 고품질 뉴스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인 광고주들이 동의할 수 있느냐다. 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광고 공해에 노출돼야 하는 독자들의 불만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사의 광고 수익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는 난제도 있다. 이 세 주체의 오랜 고민거리가 해결될 수 있다면, 건강한 저널리즘과 효율적인 광고 시장이 병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유망한 해결책으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저널리즘의 상관관계
블록체인은 분산적 공개 거래장부(Public Ledge) 기술3)이다. 돈이나 계약과 같은 거래행위는 반드시 신뢰할 만한 기관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 개인 간의 거래는 신용을 보증하는 과정에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나 상대방에 대한 신용 정보가 부족하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블록체인은 이 과정을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거래 내역은 나를 포함해 거래 체인에 합류한 모든 이들에게 공개된다. 하지만, 이를 조작하거나 변경하는 작업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개된 장부인 만큼 절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만 과거 거래 이력이 변경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 간의 신용 거래가 안전해지면서 동시에 중개자들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감소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블록체인은 ‘중개자들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다.
블록체인이 도입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영역이 디지털 광고 생태계다. 미디어 에이전시, 미디어렙, 애드서버, 애드익스체인지 등 언론사와 광고주 사이에 수많은 중개자들이 한정된 파이를 놓고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광고 수익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중개자들의 몫을 온전하게 언론사에 이전시킬 수 있다면, 상대 수익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일부 분석가는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CPM 1달러 수준인 현행 광고 단가가 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도 전망4)했다. 독자들이 고품질 뉴스에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직접 지불하는 모델도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될 수 있다. 독자들이 뉴스에 보내는 ‘주목’Attention 행위를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보상해줄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구현된다.5) 독자들은 주목을 통해 암호화폐를 획득하고, 이를 다시 언론사의 고품질 뉴스에 지불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생태계에서 언론사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고품질 뉴스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광고주들의 광고를 게시함으로써 1차 수익을, 독자들의 지불을 통해 2차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언론사나 광고주가 관련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 거래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생성된 암호화폐를 통해서만 교환된다.
고질적인 문제의 새로운 접근법
블록체인 기반의 광고 생태계 혁신은 몇몇 스타트업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브레이브 소프트웨어6), 스팀잇7), 애드체인8)과 같은 젊은 기업들이 이 도전적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 과감한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 이 생태계가 완성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광고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정밀한 타깃 광고를 게시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 권력에게 광고 수익을 떼어줘야 하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고품질 뉴스 생산에 집중함으로써, 구독과 광고라는 두 축의 수익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 플랫폼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기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기술이 저널리즘 생태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오래된 병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널리즘이 블록체인이라는 이질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했을 때 그려볼 수 있는 희망적인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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