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연구자 - 서울대학교 디사이퍼(Decipher) 김재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은 블록체인 연구자에 대한 것이다. 내가 대학원에서 블록체인을 연구하면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가장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국내에는 연구자나 코어 개발자는커녕 블록체인 개발자 조차 희귀하기 때문에 가장 주변에서 보기 힘든 부류의 사람이 블록체인 연구자이다. 이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문제 찾기
기본적으로 연구자들이 하는 일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서 개선하고 평가한 뒤 논문 형태로 정리하여 저널이나 학회에 출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야 하는데, 문제를 찾는 과정이 논문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중요하고 또 어렵다.
왜냐 하면,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시스템에 대하여 매우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제가 보이지 않거나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문제밖에 찾을 수 없는데,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이 그것을 해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보다 커서 해결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를 찾으려면 우선 그 시스템과 이전에 발표된 연구와 논문들에 대해서 깊게 공부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일 수도 있고, 기존 정치 체제일 수도 있고, 트릴레마(trilemma)일 수도 있고, 비트코인 코어일 수도 있다.
문제 해결
기존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을 쌓아서 문제를 찾았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느린 TPS(Transactions Per Seconds)가 문제라고 인식했다면 어떻게 하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비트코인의 TPS가 왜 느린지에 대한 이유를 찾음으로써 현재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파악한 원인이 불완전한 네트워크에서 안정적으로 합의를 이루기 위한 보수적인 설계라고 한다면 노드의 출입을 제한하여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만든다던가, 안정성을 일부 희생하여 보수적인 설계를 공격적으로 바꾸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널리 알려지고 추상적인 예를 바탕으로 설명을 했지만 실제 연구는 이보다 훨씬 세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전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논문이 출판되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만약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논문이 이미 있다면 해당 연구의 가치가 매우 떨어지게 된다.
평가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면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것은 깊이도 없을뿐더러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그리고 평가를 위해서 실제로 구현체를 만들거나 실험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해결 방법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평가를 통해야만 제시한 아이디어가 기존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있고, 저자들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아이디어를 사용할지 말지를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블록체인의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다.
결론
사실 연구는 평가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논문 형태로 작성되어 저널이나 학회에 제출하는 단계를 또 거쳐야 한다. 그렇게 그 분야의 전문가인 리뷰어(reviewer)들의 평가를 받고 그들의 수정 사항을 반영하여 타당한 연구로 인정을 받아 출판이 되어야 비로소 세상의 발전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신생 분야라서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백그라운드 없이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서 연구를 시작하기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는 보통 대학원이나 기업 연구소에서 이루어진다. 블록체인 분야에도 학문적인 성과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대학원에 진학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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