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자들을 위한 편지 - 연세대학교 연블(YBL) 정진우

in #blockchain5 years ago





안녕하세요, 벌써 제가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한 지 19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코인 투자 실패는 초기 제가 이 척박한 미개척 학문을 공부하는데 좋은 원동력이었습니다. 알지 못했기에 당했다고 생각했고, 꼭 알아야 할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다만, 대학 블록체인 학회에 들어간 이후로는 이러한 이유에서 벗어나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남들보다 덜 알기 싫다는 자존심 속에서 이 기술을 혼자서 애쓰며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순수한 지적 원동력보다는 어떤 단체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 저만의 자존심이 이 긴 공부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네요.

사실 학회에서 회장을 맡기 전까지는 그렇게 치열하게 이 기술을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남들이 얘기하는 바를 이해하고, 조금 더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었고, 그때 기억에 많이 남는 게 상호운용 블록체인 플랫폼 코스모스에 대해서 공부한 거랑 다양한 확장성 솔루션.
예를 들어, 샤딩과 플라즈마 그리고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공부했던 것입니다. 기본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맨땅에 헤딩처럼 무조건 그냥 스팀잇, 미디엄 글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정말 여러모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정말 큰 좌절감을 여러 번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도 공부할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 기술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더 많이 느꼈던 감정은 막막함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과연 탈중앙 시스템이 가능한지, 그리고 이걸 통해 그들이 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 많은 의문과 경계심이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계속해 나갔습니다.

사실 회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남들보다 블록체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이 지식으로 학회를 더 발전시켜가겠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생각은 회장인 제가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이 곧 그 단체의 한계라는 것이었죠. 결국 당시를 돌이켜보면 블록체인 자체에 엄청난 지적 흥미를 느꼈다고 하기보다는, 어떠한 책임감과 의무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또한 매몰비용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학회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고, 블록체인 기술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은 상태에서 이 시간을 헛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배수의 진을 쳤던 것도 있습니다.
한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다양한 원동력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제 원동력은 그 분야 자체에 대한 흥미와 열정보다는, 이러한 책임감과 두려움에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괴롭고 힘들었던 순간들도 없지 않았고, 특히나 이미 칼을 뽑은 이상 멈출 수 없다는 강박이 저를 압박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되던 시점에 드디어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을 활용해보는 프로젝트들을 할 기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선망했던, 그리고 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들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타당성 연구, 블록체인 도입 사례 연구, 블록체인 기반 증권형 토큰 거래소 디자인, 블록체인 기반 HR 플랫폼 구상, 블록체인 산업발전 전략 구상 등 많은 프로젝트들을 경영학도로서 진행했고,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 기술에 대해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들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기술 전략, 기술 경영의 영역에 눈을 떴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 속에서 단순히 블록체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 대해서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떠한 기술을 특정 산업에 도입 혹은 활용하려고 할 때, 그 산업의 전반적 상황과 더불어 취약점들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자체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지만, 그 산업에 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해서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무엇보다 관련해서 그 산업군들의 현업에 계신 많은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정말 산업 전반에 대한 현실적인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떤 영역에서 기술적 지식이 부족한지 앎에 따라, 그 부분들을 직접 공부해 나가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과 개인적인 공부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더욱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때 정말 끝이 보이지 않던 이 기술이 어느 순간부터 적어도 사회과학도로서 알아야 할 것들은 꽤나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전략을 구상하고 경영을 실천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구색이 갖춰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그 가능성이 보이니, 그만큼 더 좋아하게 되고 익숙해졌으며 무엇보다 그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들을 더 빨리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긴 했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가 이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가 걸어온 이 짧은 길은 그저 제가 걸어왔던 길일 뿐이고, 그저 이 기술에 대한 공부의 초입부에 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봤을 뿐입니다.

다만 제가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것들부터 공부해야 하는지는 작성하지 않은 점에 갸우뚱 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물론,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이 글을 통해 어떤 사람은 이러한 원동력을 가지고 하나의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 나갔고, 그 가운데서 어떠한 것들을 얻었다는 점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이고, 만약 안 되셨다면 그저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만,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자신의 분야를 공부하는 원동력이 궁금해집니다. 댓글로 간단히 공유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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