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화폐금융론적 이해 : 총통화량, 인플레이션, 환율

in #blockchain7 years ago

고전적 화폐경제학의 문제는 신용통화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된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화폐의 기능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시장 메카니즘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에 은행학파는 통화학파에 맞서 어떻게 화폐의 기능을 시장을 통해 확장하면서도 통화팽창으로 인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결론은 시장(즉 금융기관)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통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인플레이션과 환율)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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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세 개의 지표를 동시에 목표에 접근시키는 것은 어렵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통화량을 줄이면 환율이 높아지고, 환율을 잡기 위해 총통화량을 늘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문제는 환율이나 인플레이션이 총통화량이 감소하거나 증가한 만큼만 발생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때로 총통화량에 영향을 주는 급격한 변화는 2008년과 같이 현대 화폐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총통화량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 화폐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의 통화량 충격이면 M2/M3 통화의 통화량 조절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빠지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물론 지금은 그 이후 단행된 금융 안정 조치에 의해 부실채권의 충격이 화폐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양적으로 제한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M2/M3 통화의 본질이 ‘채권’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는 없다.

2008년 무렵 미국의 M3 통화량은 약 12조 달러로 추정된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을 구하기 위해 투입한 구제금융 규모는 약 1조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M3 총통화량의 8% 규모로 당시 M1 통화 총량이 약 1조 달러였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양의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부실총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으로부터 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생긴 부실 규모는 2,000억 달러 내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프라임 등급 모기지와 재유동화 과정에서 온 것인데,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금융권이 모기지를 통한 주택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주택 가격만 올라준다면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 고신용자들이 대출로 주택을 여러채 사들였다. 그러던 중 그 대출 잔액이 급격히 증가한 상태에서 주택 가격이 폭락하자, 소구권(담보대출에 대해 담보물 이상의 채무를 지게 하는 것)이 금지된 미국의 대출금융 시스템을 잘 아는 고신용 대출자들은 갖고 있던 주택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고신용자들이 던져버린 4,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과 서브프라임 등급의 4,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이 은행으로 주택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이름붙여진 금융 위기의 본질은 금융권이 주택 시장과 고신용자를 이용하여 M2/M3 레버리지를 일으켜 장사를 신나게 하다가, 8,000억 달러의 모기지 부실에서 발생한 4,000억 달러의 손실과 거기서 비롯된 재유동화에 의한 부실 6,000억 달러가 연쇄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따라서 총통화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M2/M3를 관리하는 것이며, 이것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 이자율이나 지급준비율과 같이 시스템 내부 파라미터도 있지만 M2/M3를 발생시키는 금융과 거래의 특성으로 인한 요인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모기지 상품과 그것의 재유동화 구조는 단순한 금융의 구성 요소로만 생각했던 영역에서 총통화량이 큰 영향을 주는 파라미터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암호화폐 경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실물 분야 레버리지를 통해 만들어진 신용통화는 실물 시장의 변동에 의해 충격이 금융에 의해 증폭되어 총통화량의 8% 규모로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되면 신용통화 중심의 현대 화폐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암호화폐는 두 극단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나는 ‘그래서 오직 본원통화만으로 경제를 운영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폐의 내재가치는 원래 없고 암호화폐는 무한 분할 가능하므로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지불의향, 즉 가격 변동에 의해 총통화량의 조절 기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두 극단의 태도는 암호화폐 지지자들 내부에서는 아무런 갈등을 일으키지 않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암호화폐는 ‘겉으로 보기엔 총통화량이 엄격이 통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투기적으로 총통화량이 폭발하는 통화량 충격에 빠져있고, 그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지불 수단으로는 쓰이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에서 물가 안정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일단 유동성 함정 문제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물’에 대해 가치가 안정적인 암호화폐가 필수적이다. 이것은 수많은 암호화폐 중에 몇 개가 그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암호화폐 시스템은 반드시 ‘가치안정화 코인(Stablecoin)’ 또는 ‘가치 안정화 효과를 포함하는 지불 메카니즘’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암호화폐 시스템은 반드시 유동성 함정에 노출되는데, 이는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어떤 유용한 가치도 거래되지 못하게 만드는 화폐적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보유성향이 100%인 화폐 위에서는 채굴 이외의 어떤 인센티브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미 이더리움(ETH)은 ‘가치 안정화 코인’에 대한 고민을 통해 GAS라는 가치 안정화 메카니즘을 통해 사실상의 가치 안정화 코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이 올라가면 ETH로 표시되는 GAS Price는 경매를 통해 내려가며, 이는 비슷한 양의 이더리움 컴퓨팅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게 만드는 메카니즘으로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더리움 보다 더 명시적으로 가치 안정화 코인을 제공한 것은 ‘스팀(Steem)’이었다. 그것은 바로 ‘스팀달러’인데, 스팀은 백서에서 ‘스팀달러’가 1달러에 근접하도록 가치가 안정화된 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팀달러의 가격 안정화 알고리즘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스팀달러의 가치 안정화 알고리즘이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스팀달러의 공급량 조절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에 ‘스팀파워’와 같이 보팅 파워와 같은 분배율을 결정하는 메카니즘을 끼워넣고 ‘스팀’으로의 전환에 13주가 걸리도록 하여 총통화량의 급격한 변화를 막는 메카니즘을 넣었지만 이는 가격 안정화 코인 이슈와는 별개의 것이다.) 예상만큼 스팀 생태계 참여자 활동은 빠르게 늘어나지 않아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시장으로 흘러 나가야하는 스팀달러의 시장 공급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에, 스팀달러는 상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가격이 2달러를 이하로 떨어질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물론 모든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스팀달러의 가격은 1.5달러 근처로 내려오긴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이어받은 암호화폐 시스템이 Gnome 프로젝트의 GNO와 WIZ 모델이다. WIZ는 아예 상장을 하지 않고 ‘환전소’를 통해 가격을 고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아직 Gnome은 서비스가 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WIZ가 성공적인 가치 안정화 코인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백서의 내용에서 나타나는 WIZ는 ‘유동성 수요’에 대응하는 토큰이다. 이는 가격 안정화 코인이 가져야 하는 ‘또다른 중요한 기능’에 대한 인식을 상기시켰는데, 그것은 바로 ‘유동성 공급’이다.

이외에도 이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프로젝트들은 다양하며, 이를 다른 방식으로 이어받은 거래소 코인도 있다. USDT와 후오비 토큰(HT), 쿠코인 쉐어(KCS), 바이낸스 코인(BNB)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암호화폐들과는 상당히 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대개 ICO를 통해 배포되어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제공하기 보다는 특정한 금융 서비스(가상화폐 거래와 같은)를 위한 유틸리티 코인으로서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성공적’으로 가치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데, 이는 USDT와 같이 법정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하여 발행되거나, 거래소 수수료로 사용되어 거래소의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이더리움의 GAS와 같은 가치 안정화 지불 메카니즘을 포함하므로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코인들이기 때문이다.(물론 USDT 외의 모든 거래소 코인이 거래량 등락이나 회수소각(buyback&burn)에 따라 코인 가격이 출렁이지만, 그래도 이는 거래소의 거래액 규모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베이스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다른 코인에 비해 안정성을 가진 코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스템이 가치 안정화 코인 혹은 가치 안정화 효과를 내는 지불 메카니즘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지만 방법은 각기 다를 수 있다. 하나의 코인으로 가치 안정화 지불 메카니즘을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두 개의 코인으로 분리하여 하나는 증가하는 내재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 변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특정 가격(예를 들면 1 USD)에 고정되도록 할 것인가는 아직 판단을 위해서는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전자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가치로 사용되는 법정화폐 사용 경험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은 분명하다. 또한 USDT와 같이 법정화폐 자산을 기초로 가치 안정화를 하는 것은 가치 안정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단기적으로 폭증하는 유동성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도 안고 있다.

암호화폐 시스템의 문제는 환율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스템에는 ‘중앙은행’이 없다. 암호화폐 시스템에서는 오직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는 발권과 시장 메카니즘에 의해서만 화폐 시스템적 가치가 달성된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을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중앙은행 전문가’들이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중앙은행 전문가’들이 ‘암호화폐 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면 누가 그 문제를 개입하여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너나 잘하셈’ 정도로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중앙은행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문제 중에서 ‘악의적 참여자’에 의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화폐 시스템 이슈가 있고 그것이 암호화폐와는 상관없다고 하기에는 너무 유사한(중앙화된) 구조를 가진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율’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외환 시장’이라고 볼 때 ‘환율’이란 ‘암호화폐의 가격’을 뜻한다.

단일 화폐를 사용하면서 가치 안정화 지불 메카니즘을 사용하는 암호화폐 시스템의 중요한 장점은 그것이 ‘고정 환율’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의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화폐 시스템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는 1992년에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 감행한 외환시장 공격의 사례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영국은 독일 마르크에 대해 고정 환율을 유지하는 EU 화폐 및 경제 통합을 위한 메카니즘인 ERM(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을 고수하겠다고 하였으나 약 100억 달러를 동원한 조지 소로스의 외환시장 공격은 결국 영국에게 ERM 탈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막대한 이익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것은 어떤 중앙화된 주체나 알고리즘이 고정환율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경우, 언제나 재연될 수 있으며 암호화폐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반드시 중앙은행과 헤지펀드 사이에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 특정 암호화폐에 대한 지배력이 큰 주체가 그 암호화폐의 가격을 방어하려고 애쓰고 있다면 ‘고정환율’ 시스템에서가 아니더라도 공격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 안정화 코인이어서 네트워크 내 서비스의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단기 폭증하는 유동성 수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외환 시장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코인을 설계하는 것은 가능할까?

그것이 아니라면

가치 안정화 코인을 따로 두는 것을 포기하고, 가치 안정화 효과를 내는 지불 메카니즘을 구축하여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단기 폭증하는 유동성 수요는 무한 분할성으로 대응하고 환율 방어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코인을 설계할 것인가?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다. 다만 만들려는 암호화폐 시스템이 전달하려는 가치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하는데 적합하다면,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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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암호화폐가 초기단계인데 많은 화폐들이 명확하게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를 가지고 나오다보면 투자자들의 선택에 따라 어느 코인은 도태되고 어느코인은 발전하고 하는 형식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풀보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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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분명 한국말은 한국말인데.. 어렵네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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