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판에서 크립토이코노미스트로 살아남기 : 2부 크립토 이코노미스트 직무 설계(3)

in #blockchain6 years ago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크립토 이코노미를 설계해야 하는가는 ‘방법론적 요소’이므로, 이 글에서 제시된 것과는 다른 방법론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읽은 블록체인 분야의 참고 자료 중 어느 것도(최소한 한국어와 영어로 된) 크립토 이코노미를 어떤 방법과 절차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필자가 설계 방법론에 대한 글을 계속 써온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하든 커뮤니티 안에 꼭 필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 방법론’은 블록체인 커뮤니티 안에서 ‘합의된 지식’은 커녕 단편적 지식으로도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 대한 지식’이 설혹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너무 주목받는 것은 불편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설계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져서 투자자들이 설계 방법론적 설명을 요구하게 되면, 아직 ‘설계 방법론’ 지식이 충분히 검증 혹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훈련된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ICO가 이루어지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가 공유하고 있는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 대한 평균적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국내외에서 주목을 끄는 ICO 프로젝트 중 블록체인 컴퓨팅 플랫폼을 혁신하는 프로젝트들은 ‘토큰 모델’을 포함하여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 좀 무심한 면이 있고, 응용 서비스를 dApp으로 만들려는 ICO들은 크립토 이코노미 전체의 사회기술 시스템 공학적 균형 보다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보상 시스템’만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컴퓨팅 플랫폼을 혁신하는 프로젝트들의 이코노미 설계 측면의 무관심은, 그간 화폐 및 보상 모델에서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던 댄 라리머 마저 플랫폼 프로젝트인 EOS에서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토큰 모델을 제시한 것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블록체인 컴퓨팅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토큰 모델을 단순하게 만들어도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왜냐하면 그 토큰들은 ‘지불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부차적이기 때문인데, 명목화폐의 단위에 얽메이는 정도가 커머스의 ‘지불’에 비해 약하다.    

dApp들 중에는 일부 ‘토큰 모델’을 잘 만들려고 한 시도가 있었지만, ‘너무 복잡해서 인지적 비용이 높은’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리버스 ICO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는 ‘유틸리티 코인’만 도입하는 ‘텔레그램’과 같은 대형 리버스 ICO가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립되는 것을 저해했을 수도 있다. 크립토 이코노미를 잘 설계하는 것이 ICO 투자 모집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신경을 써서 자원을 투입할 ‘경영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ICO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경영자들의 평균적 인식은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는 공학의 영역이 아니라 아이디어 영역’이라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아이디어’는 ‘방법론’의 산물이 아니므로, 그것을 잘 하는 방법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을 투입해서 ‘열심히’ 하면 되는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는 ‘사회기술 시스템 공학적’ 작업이다. 2부의 앞선 파트에서 한 포스트에 한 단계씩을 다룬 것과 달리 이번 포스트에서는 나머지 단계들을 간략하지만 모두 제시하고 2부인 ‘직무 설계’를 마무리할 것이다.      

3 단계 : 토큰 공급 모델 설계   

토큰의 공급 모델을 결정하는 것은 이코노미 안에서 정의된 ‘보상 시스템’이 어떤 토큰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만약 ‘장기적으로 기하 급수적 보상가치 커브’로 실현되는 보상이 정의되어 있다면, 내재가치가 ‘토큰에 대한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토큰을 이용해야 하고, ‘단기적으로 기여활동의 비용을 보전하는’ 보상을 포함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내재가치가 안정적인 토큰을 유틸리티 토큰을 사용해야 한다.(내재 가치의 안정화 메카니즘에 활용되는 다양한 방법을 ‘도구’로 잘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Asset backed 페깅도 있고 mint&burn도 있고, 토큰 총량이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는 방식도 있다.) 토큰 공급 모델은 ‘크립토 이코노미 내부에 필요한 보상의 종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그것의 양적 요소는 목표로 하는 이코노미의 스케일과 각 단계 투자자와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내재가치에 대한 양적 추정을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4 단계 : 토큰 수요 모델 설계   

토큰 수요 모델은 독자적으로 결정되는 단계라기 보다는 3단계의 공급 모델에 의존적 단계로 볼 수 있다. 3단계에서 ‘보상 시스템’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선택된 토큰 모델이 ‘선택된 이유’를 실제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수요 모델을 통해 이를 완결시켜야 한다. 마치 괄호를 열었으면 뒤에서 그 괄호를 닫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장기적으로 기하급수적 보상가치 커브를 제공할 토큰이 공급된다면, 이코노미 크기가 커지면 함께 증가하는 토큰 수요를 정의해야 그 효과가 실현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것은 트랜잭션의 ‘수수료’ 형태로 수요를 만드는 것인데, 이때 중요한 것은 ‘수수료’는 ‘질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트랜잭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보상체계에서 태어난 토큰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요모델을 채택할 수 있다. 이는 ‘커머스 확장’을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직접 만들어내는 가치가 아닌 가치의 교환 수단이 되는 확장을 고려하여 수요 모델을 설계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랜잭션 토큰에 대한 수요를 플랫폼 토큰 수요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것이다.    

5 단계 : 인센티브 시스템에 시계열적 변수 넣기   

인센티브 시스템을 시계열적 함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직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단계에서도 어떤 종류의 보상이 계속 주요 행위자의 기여행위를 자극하여 플랫폼을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인센티브 시스템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하는 보상 가치 커브를 포함하는 인센티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플랫폼 기여자들에 의한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장 초기에 있는 플랫폼을 돌아다니면서 초기에 발행되는 ‘플랫폼 기여 보상’을 충분하게 받은 후 플랫폼 보상이 줄어드는 국면에 진입하면 다른 블록체인으로 자원을 옮겨가는 상황(고려대 김형중 교수님은 NiceHash와 같은 채굴풀은 이런 행태를 보인다고 걱정이 많다.^^)은 성장 중인 이코노미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상황(51% 공격 노출과 같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시계열적 목표를 ‘토큰 공급 모델’에 단계별로 설정하여, 이것이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6 단계 : 토큰의 내재가치 메카니즘 설계   

토큰의 내재 가치 메카니즘은 토큰의 유형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다. 앞선 단계에서 선택된 토큰 모델이 무엇인가에 의해 그 토큰의 내재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는 거의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내재가치 메카니즘의 설계는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토큰의 ICO 가격이다. 만약 토큰의 ICO 실효 가격에 못미치는 내재가치로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어떤 합리적 투자자도 프라이빗세일이나 프리세일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이것은 ‘인간의 바보같음을 과소평가해서는 절대 안된다’라는 반대 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많은 ICO가 내재가치에 대한 설명 없이 거액의 토큰 세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ㅋㅋ)   

그렇기 때문에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분을 설계할 때, 투자자들의 예상 질문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또한 최근 SEC를 포함한 전세계 증권 감독당국의 엄포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security token’의 성격을 갖는가의 문제도 이 단계에서 검토되어야 할 이슈다. 가능하다면 이 단계는 ‘법률적 조언’을 받아가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물론 프로젝트의 대표는 아직 토큰 세일로 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돈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크립토 이코노미스트의 역할은 법률적 판단이 아니므로 ‘security token’이 될까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최선의 크립토 이코노미를 디자인하고, 차선도 준비하면 된다.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백서 작성 단계에서의 내재가치 메카니즘은 운영 단계에서는 크립토 이코노미의 ‘가치평가 모델’로도 활용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 점에서 ‘화폐 수량설’을 기초로 한 ‘화폐 수요’로부터 내재가치를 설명하는 방법이 ‘적절하게’ 결합된 내재가치 모델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7 단계 : 토큰 수요-공급의 표준적 양적 시뮬레이션   

양적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큰들의 내재가치 메카니즘이 붕괴할 만한 파국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예측’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설계’의 ‘인식론적’ 도구다. 때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주요 행위자’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 단계는 시뮬레이션의 도구를 어느 수준에서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지만, 기초적 ‘균형’ 상태를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떤 수준의 시뮬레이션 도구를 선택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고급의 시뮬레이션 도구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는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엑셀 정도를 활용한 시뮬레이션도 큰 문제들은 거의 걸러내 주므로, 일단 그 정도의 것을 스스로 처리한 후에 개발팀과의 협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면, 향후 다양한 용도가 생기므로 팀에 강하게 어필하여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 환경을 갖추자고 하는 것이 최선이다. 마치 이는 개발팀이 제대로 된 테스트와 디버깅 환경을 갖추자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없어도 돌아갈 수는 있지만, 있는 것이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그것이 수백억씩 쓰는 프로젝트라면 당연히 필요한 환경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8 단계 : 크립토 이코노미의 외생 변수를 포함한 검토   

‘외생 지표’가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다. 어쩌면 이것은 ‘기타 등등’으로 읽히는 것이 적당할 수도 있고, 크립토 이코노미스트의 ‘부지런함’이나 ‘꼼꼼함’을 보여주는 작업일 수도 있다.  

- 환율 변동 충격에 대한 크립토 이코노미의 방어 능력 

- 악의적 공격자에 의한 트랜잭션으로부터 이코노미를 방어하는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포함한 시뮬레이션 

- 크립토 이코노미를 설계하는 대상이 되는 기존 산업 이코노미의 규모에 의한 제약 조건 

- 크립토 이코노미 안에 포함된 Globality와 Locality에 대한 구분 

- 플랫폼 수준에서 Locality를 제거하는 문제   

물론 이것 외에도 ‘화폐 전략적’ 요소들이 있으나, 이 부분은 ‘설계 방법론적’ 이슈라기 보다는 거시적으로 ‘암호화폐 경제’가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이런 외생적 변수의 변동에 대해 자신이 설계한 크립토 이코노미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의 문제다. 만약 설계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고 싶다면 ‘시나리오 플래닝’ 정도를 통해 양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테스트를 하여 모델을 보완하면 될 것이다.   

앞선 두 파트와 위에 제시된 3단계에서 8단계에 이르는 크립토 이코노미스트의 ‘직무 설계’를 빙자하여 기술한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 방법론’은 충분한 검증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무런 가이드도 없이 고군분투하는 많은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빈다. 무엇보다 ‘왜 이렇게 설계했는가?’라는 질문에 프로젝트 내부의 팀원들과 외부의 투자자들에게 일관된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 팀의 일원으로서 크립토 이코노미스트의 역할이며, 이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인적으로는 각 단계를 한 편씩으로 설명하는 글을 쓸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간략하게 짚고 넘어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을 보완하는 글을 써서 공유하겠다’고 공수표를 날리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운영 단계에 들어갔을 때,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마치 '중앙은행 총재'와 같은 시각으로 이코노미를 점검하고 대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필자의 능력이 닿지 않는 부분이어서 '직무 설계'에 포함시키지 못한 한계도 고백한다.  

하지만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 힘 내시라^^ 여러분의 노력이 쌓여서 조만간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전문가의 영역’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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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디앱 활성화와 더불어 더 기대가 되는 직업입니다. 화이팅!

네^^ 기술이 주도하는 단계는 곧 끝나고 비즈니스가 주도하는 단계로 접어들겁니다^^

안녕하세요. 글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경제 시스템에 대한 통찰이 대단하시네요.
늘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

도움이 되신다니 감사합니다^^ 힘 닿는데까지 공유하겠습니다^^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먼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JD가 없는건 필요없어서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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