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조상-약속---1
포털 사이트의 글을 보면 비트코인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 실험은 모든 사람을 위한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혁명에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던 내용들을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화폐의 조상
철수와 영희가 있습니다. 영희는 공부를 잘합니다. 시험준비를 위해 철수는 영희 공책을 빌려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방법1>
철수 : "영희야, 내가 한 권에 1000원 줄테니 공책 좀 빌려줘~"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친구사이에 돈 거래 하기 민망하면
<방법2>
철수 : "영희야 내가 매점에서 라면 사줄테니까 공책 좀 보여줘"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혹은....
<방법3>
철수 : "내가 체육 실기시험 도와줄테니, 공책 좀 보여줄래?"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화폐는 '교환'을 위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모든 교환이 화폐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돈으로 영희의 공책을 빌릴 수도 있지만, 라면과 물물교환을 할 수도 있고, 철수가 가진 서비스와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철수가 <방법3>을 사용하고 영희가 동의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영희는 철수를 위해 노트를 빌려줍니다. 그리고 언젠가 철수가 영희의 체육 실기시험을 도와줄 것을 기대하게 되겠죠.
그런데 만약 철수가 노트를 빌려서 보고는 체육실기시험을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영희는 철수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친구들 사이에 퍼뜨려 철수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 철수는 친구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게 되고 앞으로는 친구들과 거래를 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철수는 '평판'을 잃기 싫어서라도 영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철수의 평판이 이 약속을 보증하는 게 되는 것이죠.
신뢰는 거래를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화폐가 없더라도 신뢰만 있다면 다양한 종류의 교환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신뢰가 없는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기 힘들죠.
마치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못믿는 것처럼 말이죠. 상대방과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약속의 이행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아무런 거래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소규모의 사회에서는 화폐를 이용하지 않은 거래가 흔합니다. 서로 아는 사이끼리는 굳이 돈거래 없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의 사회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매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폐가 사용됩니다.
내가 거래의 상대방을 개인적으로 믿을 필요없이, 돈을 주고 받으며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말보다는 현금이 믿을만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보증금이니 선금이니 하는 것들이 생겨나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봤을 때, 현재 사용되는 형태의 화폐만이 사용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거래라는 단어를 들을 때 현금이 생각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거래는 신뢰 그 자체 이고, 이 신뢰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 화폐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