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증시 방향 알려주는 신호됐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의 가격 흐름이 주식시장에 선행해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3일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 등에 따르면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향후 증시의 방향을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라며 "특이하게도 비트코인은 시장 분위기를 알려주는 신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군드라흐는 "주식시장이 다시 하락한다면 비트코인이 먼저 추락한 다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드라흐 최고경영자는 채권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해 '채권왕'으로 불린다.
지난해까지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가격이 오르는 일종의 대안투자의 역할을 해왔다. 금, 엔화, 스위스프랑 등 안전자산은 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 반대로 가격이 오르는 특징이 있다. 비슷하게 비트코인도 2014년 러시아 루블화 폭락 등 글로벌 악재가 터질 때마다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이 깨진 것은 올해 초부터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추이는 증시에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비트코인은 1만7429달러(코인마켓캡 기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일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 S&P 500 지수는 2872포인트를 기록한 뒤 10%가량 하락해 2월8일 2581포인트까지 밀렸다. S&P 500에 앞서 가격이 하락한 비트코인은 상승도 빨랐다. 지난 5일 비트코인이 6955달러를 기록한 뒤 반등했고 3일 후에는 S&P 500지수가 반등을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던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투자대상으로서 비트코인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은 과거 금을 대체할 '디지털 금'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로인해 증시 불안이 커질 때 금으로 몰리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리면서 위기 때 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1270% 폭등해 2만달러를 돌파하고, 시가총액이 3271억달러(약 351조원)에 이르면서 가치저장 수단으로 각광 받던 비트코인은 고수익을 노리는 위험자산으로 변모했다.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몰리는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수익률이 높지만 부실 발생 가능성도 높은 채권) 등 위험자산은 증시에 앞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각국의 규제 가능성 등 변수가 많아 아직 주식시장의 선행지표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수익을 쫓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시장 심리를 앞서 드러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면서도 "비트코인은 일반적인 금융시장과 달리 규제 이슈가 미치는 영향이 커 증시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