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외국 화폐이다.
오늘 읽은 탁월한 견해가 있어 공유합니다.
변호사 전석진
외국화폐로서의 비트코인
이건호 전국민은행장
비트코인을 외국화폐와 같이 취급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자산의 성격을 규명하는 측면에서 얼마나 문제가 될지는 법률가들간의 논쟁의 영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을 넘어서 비트코인을 외국화폐로 취급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사안들이 비교적 명쾌하게 정리될 수 있다. 외국 화폐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미 잘 되어 있어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비트코인을 외국화폐로 규정하면 난립해있는 거래소들의 지위를 “환전상”으로 명확히 할 수 있다. 환전상의 역할을 외국화폐의 딜러(dealer)로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자기 계산으로 비트코인의 매매를 원하는 고객들의 거래 상대방이 되는 것으로 한정지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난립한 거래소들이 개별적으로 매입 및 매도 가격을 고시하고 이 가격에 거래를 원하는 고객들과 자기 계산으로 매매 거래를 하도록 함으로써 거래소 자체가 “도박장”이 되어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예금기관이 아닌 거래소가 고객의 계좌를 개설해서 매매를 위한 비트코인이나 여유자금과 같은 고객 자산을 대신 보관해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거래 고객의 실명 확인을 환전상의 영업 요건에 명시함으로써 손쉽게 실명제를 적용할 수 있다. 실명제 하에서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경우 이를 수취하는 퍼블릭키 자체에 대한 실명 확인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입 이후의 모든 거래를 일목요연하게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일단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한 개인 혹은 법인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외국 화폐에 대한 제반 법규를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한 이후 이를 해외로 보내어 환전하는 경우와 같은 경우 외환관리법 등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거래소가 고객을 위해 해외 송금을 하는 경우에도 거래 상대방의 확인이나 실수요 증명 등과 관련된 기존의 제반 법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며, 고객 사이의 매매 거래를 가장해서 해외 송금 등의 금융 행위를 하는 것도 손쉽게 규제할 수 있다.
셋째, 과세에 관련된 제반 논란을 비교적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실명거래를 통해 확보한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마치 은행의 무이자 외화예금 계좌에 외국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외화예금과 동일한 기준으로 과세/비과세가 가능할 것이다.
넷째,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제도권에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딜러에 해당하는 기존의 거래소들이나 제도권 금융기관들을 회원으로 하는 중앙거래소를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딜러 간 시장을 통한 가격발견 기능을 기대할 수 있어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가상화폐의 거래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이 중앙거래소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한 파생상품 등을 도입하는 것도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거래소 내에 이를 개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만 별도로 비트코인 혹은 보다 범위를 넓혀 가상화폐의 거래에 특화된 회원제 중앙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