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은행에 맡겨둔 내 돈은 안전한가?
은행업은 정부로부터 최고의 특혜를 받는 비즈니스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주로 예금을 유치해서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게 모자라면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예대마진의 차이가 주수익인데 그것으론 성이 차지않아 보험상품과 투자상품도 열심히 팔고 있다. 성과를 내는데만 혈안이 되어 ELS와 같은 위험한 투자상품을 잘 알지도 못하는 직원들이 막 팔아제낀 탓에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이렇다할만한 징계도 받은 적이 없다. 또 경영부실로 망할 정도가 되면 정부에 손을 내밀어 소위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부활한다. 그런만큼 정부의 정책에 매우 협조적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말이다.
금쪽같은 내 돈을 맡겨놨는데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5천만원밖에는 돌려받을 수 없다. 그것도 1995년 예금자보호법이 제정되고나서부터다. 20여년간 거래를 해온 우리은행이 5천만원의 신용대출도 못해주겠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전당포 수준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전당포보다 못하다. 적어도 전당포는 내가 빌린 돈을 갚으면 맡겨논 물건을 온전히 돌려주지 않는가? 내가 만약 은행으로부터 1억을 빌렸는데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5천만원만 갚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는 은행이 있나?
전액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예금 뿐만이 아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아예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확정기여(DC)형이나 IRP형도 최고 5천만원까지밖에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것도 다른 예금과 별도로 보장받게 된 것은 2015년 2월16일 이후부터다.
은행은 어떻게해서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시민들은 왜 이러한 불공정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예금 전액을 보장받고 싶으면 은행이 아니라 우체국에 맡기면 된다. 은행예금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해주는 반면 우체국은 정부가 보장하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이 장기적으로 돈을 맡길 땐 은행이 아니라 우체국을 찾는다는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무디스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의 연체율은 약 0.4%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신용위기 금융위기가 온다면 연체율이 순식간에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연체율로 안심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더우기 정부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와 이자유예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LCR은 100%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의 간섭을 덜 받는 외국계 시중은행 즉 시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 등은 정부의 정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상환을 옥죄이고 있다고 한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 비정한 은행업의 특성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이 부실해지면 결국 그걸 막는건 국민 세금이라는걸 생각해볼 때 대출 부실이 커지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금융위기가 와도 대형 시중은행은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맡겨둔 우리 돈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