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그날의 풍경(風景)
겨울바다, 그날의 풍경(風景)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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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뱃놈의 허한 가슴을
펄럭거리기라도 하듯이
겨울 수평선
저 먼 바다에서
칼날같이 날아오는 바람이
이 포구에 머문다
바람은
한가한 어촌 다방의 낡은 문을 침입하여
늙은 여자의 속살을 거침없이 핥는다
빈약한 겨울
그 바다
비린내 물씬 배어 있는 뱃놈의 거친 손은
한 여자의 속살을 더듬다가
마흔 여덟 살의 세월을 더듬다가
내일의 출항을 위해
지금 막 따른
소주잔에 담근다
상흔에 젖은 손길
그 손길로 어둠을 헤친다
언제 폭풍주의보가 해제될런가?
이 밤 애 태우는데
바다는 배앓이를 하고
허기진 뱃놈은
자신의 키보다 더 큰 파도를
이불 삼아 눕고
이 밤 작은 포구는 열병을 앓는다
겨울바다
어느 아픈 저녁의 풍경(風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