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섬
잃어버린 섬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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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새벽녘
눈부신 순은의 햇살을 흩날리며
후드득후드득 ―
새떼들이 날아오른다.
우리의 시련을
상처로 얼룩진 회색 하늘에 털고
가늘디가는 선으로
윤무를 그리며
소박한 꿈을 길어 나른다.
거센 바람이 분다.
찢겨져 검푸르한 상처의 가운데를
부러진 날개로
힘겹게 날아
억센 갈대가 너울대는
샛강에 내려앉는 새
새는
숨결이 거칠다
저 나부끼는 깃발보다도
더 높은 공단(公團)의 굴뚝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우리
검은 연기에 그을린 우리의 검은 크레용 빛
자유(自由)의 빛깔
목탄으로 스케치한
우리의 자화상(自畵像)
우리가 잃어버린
섬
날자.
잃어버린 우리의 섬으로
저 검은 연기에 질식한 찢겨진 하늘을
다시 한 번 날자꾸나.
그 숱한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죽지 않고
숨 쉬는 자유를 향해
다시 한 번 날자꾸나.
내 가슴속의 햇살은 튄다.
내 가슴속의 새떼들은 날아간다.
다시 한 번 또 다시 한번
순은의 햇살을 흩날리며
후드득후드득 ―
새떼들이 날아오른다.
난지도 새벽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