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훈장 막은 외교부 "일본 의식한 것 아니다"
일제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동원돼 강제 노동에 시달렸던 양금덕 할머니.
[양금덕/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다 하나도 안 잊어버려. 우리가 자발적으로 가? 길을 알아서 자발적으로 가?"
2022년 12월 9일 인권의 날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산됐습니다.
외교부 반대로 안건이 국무회의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훈장이 무산된 시점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일제 전범 기업이 아닌 국내 재단이 주게 하자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공개되기 한 달 전.
당시 외교부는 일본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조현동/당시 외교부 1차관 (2023.1.17)]
"외교적 고려는 있지 않습니다."
서훈을 추진한 인권위와 외교부 간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었습니다.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 (2023.2.15)]
"서훈 수여 문제는 관계부처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명과 달리 외교부는 협의하자는 제안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훈장과 관련해 협의하자는 인권위의 네 차례 요청도 무시하다시피 했습니다.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사실을 알게 된 2022년 12월 5일, 인권위는 무엇을 협의해야 하냐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11일 뒤, 외교부는 향후 다시 모란장 수여가 추진되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동문서답을 내놨습니다.
해가 바뀐 2023년 1월 초, 재차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이번에 아예 답하지도 않았습니다.
배의 선원은 선장이 누구냐에 따라 그 자질이 달라집니다.
작금의 행정부의 행태를 지켜보면,
그 수장이 누구인지를 계속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이정도 수준의 사람들이었다면,
우리가 외국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발전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겨우 절반 지났는데,
이미 수십년 퇴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후진국 국민으로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그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