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하라 아이(上原亜衣)의 은퇴작 100KM X 질내사정, 청춘 100키로미터.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있는가? 서로의 마음이 확인되지 않은 짝사랑이라도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란건 머리 위에 핑크빛 온수가 담긴 물통이 있다는걸 깨닫고 그 물통에 연결된 줄을 당겨 감정을 젖게 만드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젖게 되버린다면 여러가지 일상적으로 하지 않는 미친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 달리는 행동을 선택한 적이 있다. 상대는 잡지에서 본 무명의 모델. 그 당시에는 꽤나 이상형이어서 그녀의 사진을 모으고 광고를 했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름을 알아내고 그래도 꺼지지 않는 열기로 인해 학교 운동장 20바퀴를 내 마음속에 그녀에게 약속하고 달렸다.
결국 그녀와는 아무 연이 있을 턱이 없으므로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소멸된, 꽤나 흑역사인 부분인데 이러한 기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 작품이 있다.
우에하라 아이의 혼나카(本中)은퇴 5부작중 하나인 100キロ×中出し 上原亜衣に中出しするために引退現場まで走った孕ませ隊(100킬로미터X질내사정 우에하라 아이에게 질내사정하기 위해서 은퇴현장까지 달린 임신시켜대원).
이하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은 사람은 뒤로 가기를
표지서 부터 느껴지는 고독감이라니...
아래의 표지와 비교해보자.
이 작품은 AV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음을 제목으로도 알수 있는데 역시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평가는 재미없다가 지배적. AV여배우와 하기 위해 100킬로미터를 달려가는 남자를 쫓아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위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본다면 만약 좋아하는 AV여배우, 니시미야 코노미(西宮このみ)나 아이네 마리아(愛音まりあ), 이토 치나미(伊東ちなみ) - 많앗! -가 원한다면 아무리 재미없는 기획이라도 못할건 없지 않은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인트로는 우에하라 아이가 끈에다 무언가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 적은 내용은
이전 작품에서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영상의 그녀는 촬영을 마치고 메이크업을 지운 상태인 완전 쌩얼. 은퇴한다구 너무 막나간거 아닌가 ㅋㅋㅋ 그리고 화면은 이 용감한 청년, 케이한테로 넘어간다. 자전거 불륜 여행과 감독실격으로 유명하고 작품 내에서 자전거로 쫓아가는 히라노 카츠유키(平野勝之) 감독에게 여기에 있는 이유를 말하라는 요구를 받고
라는 대답을 한다.
딱 여기까지만 보면 기다리는 공주와 고난을 헤쳐나가는 기사쯤으로 볼수 있을지도? 특별한 공주님과 해피엔딩을 맞이하려면 그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한거니까.
개인적으로는 우에하라 아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외모부터 취향이 아닐 뿐더러 작품수로 밀어붙인다는건 내 미적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명실상부한 201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AV계의 여왕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2011년 2월 데뷰해 2016년 5월 은퇴, 약 5년 4개월간 출연한 총 출연 작품수는 1113개인 키카탄 여배우의 정점으로 노모를 비롯 다양한 메이커들을 넘나들며 일반 여배우들이 눈을 피하는 소위 바닥권의 험한 연기를 요구하는 작품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인드로 인상적인 연기들을 선보여 변두리에서 연기하던 일개 기획 배우에서 당당하게 중심에 서는 단독주연급의 인기를 얻는다. 그러한 신성의 출연에 AV업계는 노력으로 여왕의 자리에 오른 그녀를 칭송하고 띄워주었고 팬들은 2014년에 AV OPEN에 출품한 이 작품의 원조격인 100人×中出し(백인X질내사정)이 헤비급 1위와 DMM 어덜트 어워드 최우수 여배우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줄 정도로 AV계에 역사를 만든 인물.
AV OPEN 2014 참가작.
우에하라 아이를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나
제목조차 번역하기 무섭다.
한국에는 우에하라 임신시키기로 알려졌다.
그러니 이후로는 여왕이라 칭하자. 그러나 이 고전적이며 왕도격인 스토리는 약간 어긋나 있는 점이 재미있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팬응모 100명의 기획 작품이 케이씨가 힘들게 달리는 중에 촬영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여왕은 숲 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가만히 기다린 것이 아니라 100킬로를 달리는 힘겨운 미션을 받은 케이씨보다 쉽게 먼저 간 팬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어찌보면 불공평해 보이는 이 장치에 대해서는 나름 기다리는 여성에게도 힘든 일이 있다는 재미있는 모습을 투영한다 생각했다. 물론 이 경우는 빡빡한 스케쥴 때문이지만.
섹스 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약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그저 이러한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경우는 이 점에 대해 여기서 벌어지는 사기 행위를 파헤치기 위함이라는 동기를 부여했다. 마라톤의 거리는 유명한 42.195km. 케이씨가 달려야 할 거리는 하루 50km. 중간에 차를 타고 적당히 이동해서 적당히 AV작품임을 성립시키는 그러한 모양새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이 지루하고 멍청한 짓거리가 이 작품의 보는 맛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채.
비단 관객 뿐만이 아니라 출연하고 있는 감독과 스탭들 또한 어떠한 헤프닝없이는 이러한 작업이 단지 달릴 뿐인 남성을 찍는 재미없는 영상이 될 것을 우려해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차량팀 스탭이 케이를 페라치오 해야하나 한다던지 만약의 경우 자신이 직접 셀카를 찍어야 하나라는 말도 안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감독의 어처구니 없는 만담까지 나온다.
그러나 역시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AV작품으로 성립할 수 있을까 여부. 촬영 시기는 완전 12월 말. 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과 산길을 오르내리는 험난한 도로, 이틀에 100km라는 강행군에 점점 힘이 빠지고 고통을 호소하며 느려지는 케이씨의 모습은 영상 초반에 언급된 도착이나 할런지(위 굵은 제목 글씨)에 대한 우려는 점점 강해져 간다.
기다리는 여왕은 여왕대로 힘든 일을 겪는데
여왕 ㅠㅠ
현장에 스케쥴에 의해 참가하지 못하는 팬들을 생각해 한명한명당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하는 우에하라 아이. 그렇게 행위에만 집중하면 시청자가 원하는 장면, 팬들에 대한 상냥함을 화면에 담지 못해서 진정한 우에하라 아이다움을 보여주는 모습이 안나온다는 감독. 그렇게 팬들에게 같지만 다르게 상냥한 두 사람은 그 상냥함으로 인해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나온다.
금세기 최고의 팬서비스 작품
그러한 고난을 딛고 드디어 만나는 두 사람. 이미 이 기획 작품에 사기를 치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만큼 우에하라 아이와 케이씨는 자기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했다 믿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클라이막스는 100명의 팬과 위대한 여정을 마친 여왕, 우에하라 아이는 은퇴를 기념하기 위한 100킬로미터 마라톤(?)이라는 지루한 여정에서 도착한 케이씨를 보고 슬며시 눈물을 흘리고 둘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씬을 마음 속에 남긴다. 이 일면 단조로와 보이는 행위의 맛을 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지루하게 보이는 작품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작은 퍼즐 조각들을 직접 목격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야 서로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모르는 두 사람의 위대한 연결에 감정이입을 할수 있지 않을까?
한 여성과 하고 싶다.
괴작이지만 이 단순한 동기로 시작해 복잡해지고 어지러워진 세상에서 험한 길을 달려온 정자와 수많은 고통을 참고 만날 시간을 기다린 난자의 수정, 작품내에서 내내 얇밉게 보였지만 여러가지 농담과 격려를 던져 힘을 내게 해준 동반자 히라노 카츠유키 감독의 말을 빌리면 제로(0)를 넘어 얽힌 두 사람만의 마이너스 거리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다르게 말하면 본질적인 사랑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 생각하는건 그 날 운동장에서 20바퀴를 돌고 별을 향해 "사랑합니다~~"를 외친 경험이 있는 바보같은 나라서 가능한 일일거다.
재밌게 읽고갑니다 ㅎㅎ 100키로는 너무 길게 잡은거 아닌가 싶은데... 마라톤보다 길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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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적인 100이라는 숫자에 의미가 있는거죠 ㅋ 그러한 과정이 있어서 요즘 보기 힘든 명작을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