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현상 : 나와 마주하기' 감상
나에게 미술은 항상 가까이 하고 싶지만 먼 분야다. 솔직히 이번에도 난해하고 개념 범벅의 작품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 긴장하고 부산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 짐작과는 달리 꽤 재미있게 감상할 만한 작품들이 많았고 작품들은 곱씹어볼수록 더욱 풍부한 의미를 냈지만, 막상 대하기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 전시는 1. 감각, 일어남 2. 몸, 마음의 출현 3. 관계, 존재자들 이렇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이 전시는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을 통해 감각으로써 발생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비닐이나 천과 같은 물질을 가지고 몸의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신체를 변형시킴으로써 마음을 드러내고, 마지막 파트에서는 마음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 2개가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은 파트 2에 영상물로 전시된 이윤정 작가의 '점과 척추 사이'라는 퍼포먼스였다. 내가 시청을 시작했을 때 즈음에는 작가는 뒤틀린 몸짓으로 바닥을 위태롭게 꿈틀대고 있었다. 그 퍼포먼스가 끝난 뒤에는 다른 년도와 다른 장소에서 구매한 팔찌들을 수직선에 숫자들을 표시하듯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추억이 담긴 물건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팔찌를 다 늘어놓고 난 뒤에 작가는 자신의 팔에 있는 복점을 가리려고 팔을 숨기거나 팔찌를 찼었는데 그 행동이 척추측만증을 유발했다고 고백하는 영상을 틀면서 등을 구부리고 펴는 동작을 취하거나 척추를 교정하는데 좋은 요가 동작을 취하는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현대 사회에서 각종 매체는 신체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거나 신체의 정상성을 강요하고 있다. 그 때문에 억압받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축시키고 왜곡시켜 결국에는 병들게 된다.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두 번째 작품은 박혜수 작가의 '아카이브 실연수집'이었다. 이 작품은 처분하지 못하던 전 연인의 물건들을 받아서 그 사연과 물건들을 전시해놓은 작품이다. 기성품들을 전시한다는 점에서는 뒤샹의 '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샘'이 미술가와 작품, 전시의 관계를 이용햬 임의의 기성품에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불어넣은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해당 전시물의 사연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각각의 전시물에 이야기와 서사, 그리고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다. 현대미술이 어떻게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을 돌아보면서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싶거나 현대미술을 멀고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를 꼭 추천하고 싶다.
#부산현대미술관 #마음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