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탄핵해야 할 것은 무엇? [문자요리]

in #art11 days ago (edited)

요즘 탄핵이 완전 세상을 파다하게 뒤덮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에는 참 관심이 없는지라 거의 무관심합니다만 그 문자적인 내포는 궁금하죠? 좀 끌리네요.
탄핵(彈劾)은 고대 한자로 이렇습니다. 탄(彈)은 딱 화살 당긴 모양이죠? 저 활로 쏘는 탄알입니다. 그리고 핵(劾)은 캐묻는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총을 쏘아대듯이 잘못을 따져 캐묻는다는 뜻이지요. 무서운 뜻입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해야 저 무서운 탄핵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탄핵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상정치를 꿈꾸던 조광조가 반대파에 몰려 사실상 누명을 받고 탄핵을 받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반대파 중 누군가가 나뭇잎사귀에 꿀을 발라 개미가 파먹게 했는데 그 글자가 走肖爲王(주초위왕)이었다죠? 바로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그런 의미가 된다고 해서 당시 중종의 의심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탄핵을 받아 허무하게 죽습니다. 그 일화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탄핵 자체가 참 거짓되고 사악한 의미로 시작되었군요.
그나저나 탄핵을 받는 사람은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그 힘있는 존재가 그 힘을 남용하거나 오용하거나 엉터리로 써먹을 때 탄핵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나와야 제 격입니다. 저는 정치에 무관심하니 제 안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오리무중을 헤매느니 안을 살피는 게 훨씬 속 편하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앗! 그런데 안쪽도 만만찮군요.^^;
내 안을 살펴보면 많은 현수막, 입간판 같은 것이 서 있습니다.
“어떤 종교는 어떠어떠하다. 어떤 정치인은 어떠어떠하다. 이런 간판이 가장 크고 또 견고합니다. 또 인생은 경쟁이다…여자는 어떻다…남자는 어떻다….사랑은 어떻다….돈은 어떻다….이런 수많은 것들이 내면에 꽉 차있는데 그게 전부 관념이라고 하는 것들의 모습이지요. 원래는 일시적으로 일회성으로 쑤욱 솟아났다가 사라지는 염두(念頭)였을 텐데 그 수많은 염두 중에 내가 좀 맘에 드는 애들에게 에너지라는 월급을 조금씩 준 결과 그것들이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라서 관념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 관념들은 본래 나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것들이 손에 손을 잡고 집체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너무 커져서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심지어 나를 지휘합니다. 내 순수했던 이성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난잡하게 만들고 그러고도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고 으스대며 위협도 합니다. 이른바 가짜 나입니다. 그 가짜나는 수백개의 손과 발로 내 안을 짓밟고 다니며 온갖 교란을 해댈 것인데 그 가짜나가 너무 오래 내 인생을 쥐락펴락하다보면 내 본체, 진짜 나는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뭔가 강력한 결심을 해야 하고 타개책을 찾아야 하는데…
어떡할까요? 음, 이럴 때 사부님의 말씀을 찾아봅니다. 리훙쯔사부님은 북미제1기설법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만약 당신이 연공할 때, 정말로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혹은 머릿속에 어떤 정보가 있어, 어떤 염두가 당신을 교란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제거해 버려야 한다. 강렬한 것이라면 당신은 그것을 제3자로, 다른 사람의 사상으로, 당신과 관계없는 것으로 간주하라. 왜 내가 당신에게 이렇게 알려주는가? 왜냐하면 당신 것이라면 그것은 곧 당신의 지휘를 듣기 때문이다. 당신의 팔, 당신의 다리, 당신의 손가락, 당신의 입은 당신이 그것에게 어떻게 움직이라면 그것은 곧 그렇게 움직인다.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사상이 입정(入定)하려고 하면, 그것은 그 사상을 조용하지 못하게 한다. 당신이 그것에게 조용해지라고 할수록 그것은 더욱 조용해지지 않는데, 그것이 당신인가? 당신은 그것을 당신이라고 승인할 수 있는가? 그것은 당신이 후천적으로 형성한 관념과 업력이다. 그러니 당신은 그것을 제3자로 간주하라. ‘너는 생각해라. 나는 네 생각을 지켜보겠다.’ 이번에 당신이 뛰쳐나와 당신을 정말 분명하게 갈라놓을 수 있다면, 당신은 그것과 경계선을 똑똑히 갈라놓은 것과 같으며, 당신 자신이 자신을 찾았기에 이 역시 수련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주 빨리 그것을 소멸해 버릴 수 있다. 당신이 정말 그것을 확실히 갈라놓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무서워하는데, 곧 그것을 없애버리게 된다….

탄핵이라는 주제 덕분에 저는 이와 같이 아주 금쪽 같은 지혜 한쪽을 얻었습니다. 네! 저는 저 밖에서 문제를 원인을 찾지 않고 해결책 역시 밖에서 찾지않으렵니다.

언제나 원인은 내 안에 있었으며 해결책도 안쪽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내 안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백만마리 말들아! 이제 각오하렴. 그리고 잠시 예뻐해줬다고 아주 주인행세를 하려던 가짜나여! 너의 시절은 끝났다. 너를 파면한다!

탄핵.jpg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5
JST 0.038
BTC 96989.50
ETH 3378.64
USDT 1.00
SBD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