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탄핵해야 할 것은 무엇? [문자요리]
요즘 탄핵이 완전 세상을 파다하게 뒤덮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에는 참 관심이 없는지라 거의 무관심합니다만 그 문자적인 내포는 궁금하죠? 좀 끌리네요.
탄핵(彈劾)은 고대 한자로 이렇습니다. 탄(彈)은 딱 화살 당긴 모양이죠? 저 활로 쏘는 탄알입니다. 그리고 핵(劾)은 캐묻는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총을 쏘아대듯이 잘못을 따져 캐묻는다는 뜻이지요. 무서운 뜻입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해야 저 무서운 탄핵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탄핵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상정치를 꿈꾸던 조광조가 반대파에 몰려 사실상 누명을 받고 탄핵을 받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반대파 중 누군가가 나뭇잎사귀에 꿀을 발라 개미가 파먹게 했는데 그 글자가 走肖爲王(주초위왕)이었다죠? 바로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그런 의미가 된다고 해서 당시 중종의 의심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탄핵을 받아 허무하게 죽습니다. 그 일화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탄핵 자체가 참 거짓되고 사악한 의미로 시작되었군요.
그나저나 탄핵을 받는 사람은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그 힘있는 존재가 그 힘을 남용하거나 오용하거나 엉터리로 써먹을 때 탄핵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나와야 제 격입니다. 저는 정치에 무관심하니 제 안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오리무중을 헤매느니 안을 살피는 게 훨씬 속 편하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앗! 그런데 안쪽도 만만찮군요.^^;
내 안을 살펴보면 많은 현수막, 입간판 같은 것이 서 있습니다.
“어떤 종교는 어떠어떠하다. 어떤 정치인은 어떠어떠하다. 이런 간판이 가장 크고 또 견고합니다. 또 인생은 경쟁이다…여자는 어떻다…남자는 어떻다….사랑은 어떻다….돈은 어떻다….이런 수많은 것들이 내면에 꽉 차있는데 그게 전부 관념이라고 하는 것들의 모습이지요. 원래는 일시적으로 일회성으로 쑤욱 솟아났다가 사라지는 염두(念頭)였을 텐데 그 수많은 염두 중에 내가 좀 맘에 드는 애들에게 에너지라는 월급을 조금씩 준 결과 그것들이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라서 관념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 관념들은 본래 나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것들이 손에 손을 잡고 집체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너무 커져서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심지어 나를 지휘합니다. 내 순수했던 이성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난잡하게 만들고 그러고도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고 으스대며 위협도 합니다. 이른바 가짜 나입니다. 그 가짜나는 수백개의 손과 발로 내 안을 짓밟고 다니며 온갖 교란을 해댈 것인데 그 가짜나가 너무 오래 내 인생을 쥐락펴락하다보면 내 본체, 진짜 나는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뭔가 강력한 결심을 해야 하고 타개책을 찾아야 하는데…
어떡할까요? 음, 이럴 때 사부님의 말씀을 찾아봅니다. 리훙쯔사부님은 북미제1기설법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만약 당신이 연공할 때, 정말로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혹은 머릿속에 어떤 정보가 있어, 어떤 염두가 당신을 교란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제거해 버려야 한다. 강렬한 것이라면 당신은 그것을 제3자로, 다른 사람의 사상으로, 당신과 관계없는 것으로 간주하라. 왜 내가 당신에게 이렇게 알려주는가? 왜냐하면 당신 것이라면 그것은 곧 당신의 지휘를 듣기 때문이다. 당신의 팔, 당신의 다리, 당신의 손가락, 당신의 입은 당신이 그것에게 어떻게 움직이라면 그것은 곧 그렇게 움직인다.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사상이 입정(入定)하려고 하면, 그것은 그 사상을 조용하지 못하게 한다. 당신이 그것에게 조용해지라고 할수록 그것은 더욱 조용해지지 않는데, 그것이 당신인가? 당신은 그것을 당신이라고 승인할 수 있는가? 그것은 당신이 후천적으로 형성한 관념과 업력이다. 그러니 당신은 그것을 제3자로 간주하라. ‘너는 생각해라. 나는 네 생각을 지켜보겠다.’ 이번에 당신이 뛰쳐나와 당신을 정말 분명하게 갈라놓을 수 있다면, 당신은 그것과 경계선을 똑똑히 갈라놓은 것과 같으며, 당신 자신이 자신을 찾았기에 이 역시 수련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주 빨리 그것을 소멸해 버릴 수 있다. 당신이 정말 그것을 확실히 갈라놓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무서워하는데, 곧 그것을 없애버리게 된다….
탄핵이라는 주제 덕분에 저는 이와 같이 아주 금쪽 같은 지혜 한쪽을 얻었습니다. 네! 저는 저 밖에서 문제를 원인을 찾지 않고 해결책 역시 밖에서 찾지않으렵니다.
언제나 원인은 내 안에 있었으며 해결책도 안쪽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내 안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백만마리 말들아! 이제 각오하렴. 그리고 잠시 예뻐해줬다고 아주 주인행세를 하려던 가짜나여! 너의 시절은 끝났다. 너를 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