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는 사연

in #art1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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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 나가보니 아직 선명한 빛을 잃지 않은 낙엽이 가득합니다.
문득 과거에 제가 사혈(瀉血)부항(附缸)을 할 때 보았던 어혈(瘀血)이 떠오르는군요.
붉은 피는 아직 양분을 품고 있는 생혈이라면 저 검어진 피는 할 일을 마치고 죽어있는 피에 가깝습니다.
나무는 가을이 넘어갈 때 이런 것들을 다 놓아줄 줄 아는군요. 이런 것들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그 늙은 잎과 함께 썩어가겠지요.

가을이 다 지나갈 무렵이면 이렇게 눈이 옵니다.
저 나무 입장에서는 겁난일까요?
더구나 올해 첫눈은 그 위세가 맹렬했습니다.
대겁난이었지요.
많은 나무들이 그 설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을 겁니다. 그들은 그제야 후회했겠지요.
‘그 죽은 잎들을 다 놓아버렸어야 했는데!’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죽은 잎사귀들이 있을까요?
아까워서 놓지 못하고 있는 그런 잎들 말입니다. 그럴 땐 나무에게 배워 봅니다.
“넌 어떻게 그렇게 죽은 잎을 잘 놓아줬니?”
나무는 제게 말해줍니다.
“때가 되면 난 중대한 결정을 하지. 일단 늙은 잎들에게 수액을 보내주는 것을 차단한단다.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연결하는 부위에 떨켜라는 것을 생성하는데 그로써 더 이상 그 잎새와의 모든 소통을 끊는 것이지. 처음에는 그것이 아깝고 매정해보이고 오만가지 감정이 들겠지만 그래야 한단다. 그러다가 바람 한자락이 은총처럼 불어주면 쉽게 그 죽은 잎은 떨어져 내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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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나무야! 놓아준다는 것도 참 아름다운 풍경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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