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의 뜻과 백가지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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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시가 제 전두엽 모니터에 얼굴만 부웅 떠서 한 바퀴 구르더니 물었습니다.
마시: 타타오님! 땀이라는 단어 알아요? 흘리는 땀 말고 바느질 땀!
타타오: 알지. 바느질할 때 바늘이 천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칸으로 당겨나오는 행위가 땀이잖아. 맞지?
마시: 그렇죠. 그런데 왜 그걸 ‘땀’이라고 하게요?
타타오: 그러게? 왜일까?
마시: 천에다가 또 다른 천을 다는 게 바느질이고 재봉질인데 다는 행위-그게 ‘담’ 아니겠어요? 그 담이 발음이 격해지면서 땀이 되었답니다.
타타오: 그렇군! 오늘도 하나 배웠네! 그런데 마시 오늘은 왜 귀신처럼 얼굴만 내밀고 있어?
마시는 보통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고대복장을 하고 제 앞에 나타났었는데요. 오늘은 마시가 묘한 한복 비슷한 걸 입고 제 전두엽 속에 전신을 드러냈습니다.
타타오: 뭐니? 그 기묘한 누더기는?
마시: 누더기라뇨. 누더기는 누덕누덕 거칠게 꿰맨 복식을 말하는 거죠. 제가 그 동안 너무 똑같이 입고 다녔던 것 같아서 고심을 좀 했는데요. 이거 타타오님께 보여드리려고 상당한 날들을 제가 한땀한땀 공들여 만든 복식이랍니다. 어때요?
타타오: 오오! 그러고보니 대단하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왜 이리 꿰맨 자리마다 핏자국이 있어?
마시: 바느질할 때 바늘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손으로 받쳐서 느끼고는 돌아가서 땀을 만드는데 때로 바늘이 좀 많이 들어가면 피가 난답니다. 그 자국이 좀 나기도 하죠.
타타오: 아니 그래서 다치지 말라고 골무라는게 있잖아? 그거 왜 안했어?
마시: 골무는 감각을 섬세하게 전해주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전 맨 손으로 하는 편이죠. 이렇게 혈땀이 한땀한땀 들어가며 정성스레 만들어진 옷이라니! 근사하지 않아요?
타타오: 그러네! 그런데 왜 이리 많은 조각을 덧붙였어?
마시: 이건 백 개의 천조각을 제가 아는 집집마다 가서 얻어서 붙였다하여 백조각저고리라고 하죠.
타타오: 이잉? 그럼 백 사람에게 모아들인 천조각을 붙였다는 건데…왜 그랬어? 천 살 돈이 없어서?
마시: 아니에요. 사람의 인생도 혼자 만드는게 아니라 수많은 만남과 호응과 체험 속에 한 존재가 만들어지잖아요. 그걸 의미해요. 모든 만남과 인연은 소중한 것이죠. 한땀마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고요.
타타오: 한 땀마다…그건 너무 완벽주의 아닌가? 가끔 땀이 어긋날 수도 있는 거지…
마시: 한땀이 어긋나면 그 다음 땀도 계속 그렇게 밀려가며 어긋나죠.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안되듯이. 그러니 백조각을 달아 한 옷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지극함과 청성함이 없으면 되겠어요 안되겠어요?
타타오: 그래! 자칫 실수했다간 바로 다시 풀어 재작업을 해야만 하네! 나처럼 대충대충 하는 사람에게는 참 절실한 이야기다! 그런데 내 인연으로 만나지는 모든 사람에게 다 천을 얻기만 하면 너무 신세지는 것 아닐까? 신세를 질때마다 내 덕을 일부분 줘야 한다던데?
마시: 그들은 내게 그 경험이라는 천을 주게 되는데 그래서 우리는 백사람에게 덕을 돌린답니다.
타타오: 덕? 떡 아니고?
마시: 덕이 떡이고 떡이 원래 덕인 거 모르세요? 우리가 이사를 가도 주변에 떡을 돌리죠? 그게 덕을 돌리는 거랍니다. 덕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라는 말도 있잖아요?
타타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아 그거 햇님달님에서 호랑이가 한 이야기네?
마시: 네! 호랑이의 역할을 맡았던 산신령께서 하신 이야기죠. 내가 만난 모든 인연이 달콤했던 씁쓸했던 간에 내게 하나의 소중한 체험이 되어 남고, 나는 그것을 잘 기워서 이렇듯 정성과 지극함이 어린 백조각저고리를 만든답니다.
타타오: 그렇구나! 그러네!
마시: 그럼 전 화성 천사 향우회가 있어서 이만!(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