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시/ 푸쉬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러시아의 문인, 푸쉬낀의 대표 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그의 담담한 위로의 말에 힘을 얻고 슬픔을 이겨내게 된다. 시를 보면 두 개의 연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행복의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말이 하나의 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대하는지 조명하는 연. 총 2개의 연이 언어의 색을 달리하면서 총 7연으로 구성되어있다.
시를 읽으면 기쁨이 찾아 올 거라는 희망의 연에 먼저 주목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그가 말하는 또 다른 면, 인간의 삶의 자세를 살펴보고 싶다. 그의 통찰을 눈여겨보면 ‘삶에게 속는’ 그래서 많은 이가 슬퍼하고 노여워하는, 그 비통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연에서 그가 말하는 미래 현재 과거는 이러하다. 미래는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이다. 마음이 미래에 산다고 표현하듯,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사랑한다. 그러나 너무나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에, 그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는 언제나 서글프다. 즉 현재는 미래를 향한 기대 때문에 고달프다. 그리고 이토록 슬펐던 현재를 지나서 생각해보면 또 다르다. 그때에 느꼈던 슬픔은 온데간데 없다. 이미 흘러가 과거가 된 그때는 왠지 행복했다고 느껴진다. 과거는 대개 소중하다.
그래서 미래는 이상. 현재는 슬프고. 과거는 소중하다.
미래와 현재, 과거의 구분이 자신에게 크게 와 닿는 사람이라면, 그는 ‘삶에 속는’ 슬프고, 노여워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미래와 과거는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를 슬프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절대 슬퍼서는 안 된다. 미래와 과거는 결국 현재로 인해 만들어지기에, 평생은 설움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이상과 추억 속에서 부유하면서 말이다.
푸쉬낀은 슬퍼하고 노여워하는, 가여운 누군가를 위로하려 ‘삶이 그대를 속인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속에 진실과 지혜를 함께 놓아두었다. 사실 삶이 그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그대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와 과거에 대한 애정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을까. 푸쉬낀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