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저희 살룬(Saloon)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투굴라와(Toogoolawah in Australia)마을에서 지냈을 때 제가 남겼던 흔적(그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일기 형식으로 쓰는 거라 이제부터 말이 짧아지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남편과 나는 투굴라와 마을에 한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오가닉 농장에서 일을 했었다. 농장 일을 했었던 당시 우리가 거주했었던 집은 농장 사장님이 그 곳에 처음 터를 잡았을 때 손수 직접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 당시 사장님은 몇 걸음 안되는 곳에 현대식으로 새로 집을 지어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거실겸 부엌, 방 3개, 뒷 마당으로 나가야만 갈 수 있는 화장실 1개. 벽과 천정은 허름했고 바닥은 시멘트라 신발을 신어야 했다. 여름에 하늘에 구멍이난 듯 비가 쏟아질때면 거실 쪽 벽에서 바닥에 물이 스며들어왔으며, 겨울엔 우풍으로 추웠던 곳. 하지만 우리가 살기 이전에도 여러나라에서 온 백패커들이 이 곳에서 지내다 갔었고 그 사람들이 남기고 간 물건 덕분에 없을 건 없는 곳이었다. (에어프라이기, 맥주양조 키트, 전기밥통, 팬케잌 후라이팬, 각종 오븐요리도구들, 낚시대, 아날로그 오락기, 그림물감 등등..)
한 쪽 벽면에는 큰 세계지도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왜이리 작게 느껴지는가 했더만 알고 보니 예전에 이 곳에 묶었던 독일인 여성 백팩커가 그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사실 사장님이 그 지도에 대해서 말하기 전까진 손으로 그린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너무 익숙한 세계지도 하늘색으로 페인팅을 해서 더더욱 그랬었던 것 같다.) 내가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 아이패드에 있던 내 그림들을 몇 점 보시고는 지도그림 옆에 있던 하얀(아니..오래되어서 아이보리색으로 변한) 손잡이 없는 문을 가리키며, 이곳에 내 그림을 남겨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Why not?" 그래 안될게 뭐가 있겠는가. 그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편과 사장님, 그리고 사장님의 아이들로부터 무엇을 그릴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들었다. 마굿간, 럭셔리한 대문, 그리고 살룬(Saloon : 1층에는 바가 있고 2~3층에는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곳, 미국 서부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그런 곳이다.) 등이었다. 그 중에 다수결로 확정된 아이디어는 살룬이었다. 이 마을에서 축제기간을 제외하고 흥겹게 놀만한 곳은 <목마른 낙타>라는 바(bar)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그 곳 한군데로는 부족했었던 것 같다.^^ 여튼 의견이 확정되고난 뒤부터 낮에는 농장일을 하고, 저녁엔 스케치 및 페인팅을 했었다.
그림 속 문 위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는 사장님과 사장님의 가족이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이 오가닉 농장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빠지지 않고 한 마리 그려 넣었더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사장님께서 문 틈 사이로 째려보고 있는 무서운 눈을 그리거나 문 밑으로 사람 다리를 그리자고 제안을 했기도 했지만 다음에 올 백패커들을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 채색 할 때에는 문만 덩그러니 있는 것 보다 양옆으로 우드재질의 벽을 더 보태서 그리고 싶었지만 이 곳에 이전 백패커들이 남기고 간 아크릴 물감과 내가 가져온 아크릴 물감을 합쳐도 역부족이었다. (갈색이 부족해서 황색, 빨강, 주황, 노란, 검정색을 요래조래 다 섞어서 쓰기도 했다.)
최종 완성은 투굴라와를 떠나기 전날에 했었다. 지금은 또 어떤 사람들이 그 곳에 머무를까? 문뜩 궁금해지는 밤이다.
우와 완전 멋져요. 앞에서 사진찍어도 예쁠것 같아요 :) 청개구리는 정말 센스 넘치네요^^
감사합니다, 라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