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안나카레리나 리뷰 Anna Karenina Review

in #annakarenia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책읽어주는 토끼 토끼 티파니입니다

오늘 리뷰할 책은 안나 카레리나입니다

고전소설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현대소설은 스토리라인을 간략하게 따라가는데에 반해서 고전소설은 그런 면에서 보면 산만해보이거든요.
일반적으로 나는 고전은 너무 지루해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아니야 고전도 정말 너무재밌어 하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저는 반대로 이러한 면에서 현대와는 다른 고전소설만의 깊은 묘미를 발견하고
제가 어떤 식으로 감동했는지 같이 공유하고 싶습니다 :-)

안나카레리나 소설을 읽으면 픽션 컨텐츠가 아니라 18세기 러시아 속의 삶에 푹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안나카레리나의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두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륜 이야기, 그리고 두번째 축으로 레빈과 키치의 평범한 삶인데요 이 두 가지를 축으로 해서 굉장히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펼쳐집니다.

호감형이고 인생을 낙관적으로 살면서도 자기 가정에 대해 불성실한 오블론스키,
가정을 지키려는 전형적인 엄마인 카탈리나,
당대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카레닌, 레빈의 형…
그 이외에도 지나가는 엑스트라마저도 톨스토이는 평면적으로 그리지 않고 인간 그 자체를 그리는 듯이 다각적으로 묘사해요.

그래서 안나카레리나라는 책을 펼치게 되면,
그냥 안나라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그 삶 속을 몰래 들여다보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첫번째로, 여자의 심리를 굉장히 잘 그렸어요.
안나카레리나는 처음에 독립적이고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을 사랑해요.
안나가 얼마나 건강한 상태였는지에 대해 이런 구절이 나와요
시누가 안나를 만나는 장면에서 안나의 머리카락이 모자에 걸려서 머리카락을 흔들며 그걸 빼내는데
그걸 시누가 황홀하게 보면서 “당신은 건강으로 빛나고 있군요”라고 말해요.

그래서 안나의 삶은 정말 나무랄데가 없었던 거죠.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아들도 있구요. 단 한가지 자기 남편을 사랑하지 않은 점만이 결핍인 거죠.
그러던 중에 브론스키를 만나서 인생의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죠.

일반적으로 작가가 갖는 한계가 있는데요,
여성작가는 남성캐릭터를, 그리고 남성작가는 여성캐릭터를 묘사할 때 평면적으로 묘사하는 한계가 있다고 해요. 자기와 다른 이성이니까 그 심리상태를 꿰뚫는데 한계가 있는거죠.
톨스토이라는 작가의 역량이 바로 여기서도 나타나는데요
왜 안나가 브론스키를 만나서 파멸에 이르는지에 대한 심리적인 묘사와 통찰력이 정말 놀랍습니다.

일례로, 안나와 브론스키가 이탈리아 팔라소에서 살고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요, 이런 묘사가 나와요.
브론스키가 안나 초상화의 모델로 삼을만큼 유모는 아름다웠지만 안나는 그것에 대해 질투하려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억제했다.
이 묘사를 읽었을 때 안나의 억압된 심리상태가 느껴졌어요.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아들마저 버리고 브론스키를 택한 안나에게는 억압된 심리가 있는거죠. 자기 인생을 버리고 남은 것은 브론스키밖에 없고, 그래서 그 남자에게 반드시 사랑받아야 한다. 내 인생을 보상받을만큼 온전히 사랑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 그래서 나는 착한 여자로 브론스키에게 존재하지 않으면 안돼.

이러한 인간심리의 통찰력이 톨스토이의 소설에서는 풍부하게 나옵니다.
남성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심리상태를 통찰한다는 점에서 톨스토이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톨스토이는 안나카레리나라를 그릴 때 단순히 불륜녀, 사랑에 눈먼 여자로 단편적으로 묘사한 게 아니라,
왜 안나카레리나는 그렇게 행동해야 했나? 왜 그래야만 했나? 하고 끊임없이 작가 자신에게 물어본 게 느껴져요.

실제로 톨스토이는 이 안나카레리나 원고를 수천번 퇴고했다고 해요.
제목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다른 제목이었고, 불륜녀는 이렇게 단죄받아야 해, 하는 테마를 가지고 소설을 시작했지만, 소설 속 캐릭터가 자꾸 의문을 던지는 거죠.
왜 내가 나쁜 사람이어야만 하는가?
캐릭터가 던지는 문제의식을 작가로서 무시하지 않고, 그것에 응답하며 소설을 써나간거죠.

여담으로, 소설의 도입부는 아주 유명하죠.
“잘되는 집의 이유는 다 다르지만 잘 안되는 집의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이 도입부도 여러번 퇴고한 후에 새롭게 붙였다고 해요.
그래서 톨스토이가 묘사하는 그 당시 시대상을 한줄 한줄 읽으면
그 당시 사람들을 피부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두가지 축 중 하나인 작가의 오너캐로도 해석되는 레빈.
레빈이 키치와 만나고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네 실제 인생이 그렇듯 여러가지 굴곡이 생기죠.
이복형과의 갈등, 재정적인 고민, 당시 러시아 농노 사회에 대한 심도있는 관찰.
특히 이 농노사회에 대한 관찰이 놀라웠는데요
레빈과 반대되는 인물인 레빈의 형을 대조시켜서 지식인들이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상과 실제 그 속에서 살아갈 때의 느끼는 감정들이 아주 생생하게 나와요.

이런 구절이 나와요. 사회 지식인층인 레빈의 형이 시골에 놀러와요.
그러면서 저 아름다운 풀을 봐라 마치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니? 농민들은 너무 아름다운 존재야~ 하고 대상화해서 보는데
실제 농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골 지주인 레빈은 자기는 농민을 사람 그 이상 이하로도 본 적이 없다.
사람이 아름다울 때도 있고 교활할 때도 있고 싫어질 때도 있는 것처럼 그냥 농민은 농민일 뿐이라고 그렇게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죠.

원래 그렇잖아요. 누군가를 동경할 때 내 마음속에 그려진 그 이상형을 쫒지만
실제 그 사람과 생활하면 그저 나와 똑같은 단점과 장점을 가진, 그렇지만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걸 느끼는 것처럼요.
이런 삶에서 레빈이 끊임없이 놓치지 않는 질문은 이거죠.
나는 왜 태어났고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이것은 톨스토이 자신이 평생에 걸쳐서 고민했던 질문이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요.

톨스토이는 귀족 자제로 태어나서 당시로서는 일반적인 루트였던 군대에도 들어가고
그 속에서 향락적인 삶을 누리기도 하면서도 말년으로 갈수록 선지자의 역할을 깨달아가요.

당시 사회문제인 계급의 신분 차이, 불합리성… 어떻게 사람들을 계몽시켜야 할 것인가? 인간의 바른 길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죠.
말년에는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 하는 걸 보였죠

그래서 톨스토이가 일개 작가가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된 것은
톨스토이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자기 일생에 걸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투했던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인류애가 작품에 면면히 녹아있습니다.

저는 내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나 아니면 지금 이 삶이 아닌 18세기 러시아 삶 속에 흠뻑 젖고 싶을 때 자꾸 찾게 되는 책이에요.
스토리라인을 쫒는 게 아니라 한구절 한 구절을 넘기면서
아 그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느꼈고 이런 식으로 애칭을 불렀고 하는 식으로
그 당시 삶을 살짝 훔쳐보는 느낌으로 보시면
어느 순간엔가 현대소설의 간결함이 아닌 깊이있는 사골국물의 맛을 느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여담으로… 안나카레리나는 영화화 드라마화가 많이 되었죠?
최근 영화는 키이라나이틀리, 소피마르소 주연의 영화가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안나카레리나와 비슷한 이미지라고 느낀 게 리브타일러가 연기한 엘프 아르웬이 아닌가 생각해요.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인데 흑발, 검은 눈동자, 귀족적인 느낌, 사랑에 몸바치는 캐릭터가 저에게는 안나카레리나처럼 보이더라구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고전이 재미있어질때는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다.
저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면
어렸을 때는 즉각적이고 인스턴트하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 음식도 그렇고 컨텐츠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좋은데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인생의 다양한 맛을 담고 있는 것들이 좋아지죠.
어렸을 때는 삶을 보는 시각이 나 중심으로 단순하게 봤었다면
삶을 알아가면서 삶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와 사람과 시각이 있고 나 혼자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다 함께 살아가는 예술작품이다 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새해에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작품들로 아름다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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