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한 흑백 영상으로 만나는 폴란드 현대사, 이다 [Ida]
이다 (2013)
Ida
드라마
폴란드, 덴마크
2015.02.18 개봉
82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주연) 아가타 트르체부코브스카, 아가타 쿠레샤, 요안나 쿨릭
source
10대 후반의 예비수녀님 안나, 종신서원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 그루즈와 시간을 보내고 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아마 교회와 결혼하고 정식수녀님이 되는 의식인 서원식 전에 마지막으로 정말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수도원의 고아원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종교인의 길을 걷게 된 안나는 여태 이모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내키진 않지만 간부수녀님의 권유로 수녀원을 나와 도시에 살고 있는 이모 완다를 찾아간 안나는 놀랍게도 자신이 유대인이며 본명은 이다(Ida)이고, 부모님은 전쟁 중 유대인 학살의 희생자라는 사실 등 비극적인 가족사에 대해 듣게 된다.
영화는 이모와 함께 고향에 찾아가 부모님의 유골을 찾는 과정에서 기독교 수녀님 안나가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딸, 유대인 이다를 마주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전 세계 56개 영화상 석권, 위대하고 아름다운 명작의 탄생
포스터에 쓰여진 문구다. 그런데 상 많이 받은 영화라서인지 어렵다 ;;
폴란드 영화는 처음 봤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폴란드 역사가 궁금해졌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 폴란드의 역사를 알아야 하나보다.
세계사 지식이 짧다보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잠깐 검색해보니 1960년대 폴란드 정부는 정책적으로 반 유대인 정서를 조장했다고 한다. 전쟁 중 유대인을 학살 또는 그들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학살을 방조했던 수 많은 평범한 폴란드인들도 죄의식을 마주하기 싫었던지 반 유대인 정책에 자연스럽게 동조했던 모양이다.
부모님의 고향집에 살고 있는 낯선 폴란드인, 마을사람들, 경찰서, 심지어 교회에서도 유대인(완다)에 대한 죄책감과 반감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녀님인 안나는 따뜻한 환대를 받고 심지어 안나의 부모님을 살해한 범인까지도 안나가 자신의 가족을 축복해주길 원하는 모습에서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완다
그녀는 판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전쟁에 나가 싸우는 동안 어린 아들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아픈 과거가 있다.
자신의 사상과 출세욕 때문에 아들이 희생되었다는 죄책감에 폭음, 담배, 모르는 남자와의 잠자리 등 무절제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다와의 만남 후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과거를 직시하게 된다.
연속적으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부모의 살인자 앞에서조차 종교의 힘으로 절제하던 안나는 영화가 끝날 무렵 마침내 이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신에게 질문한다.
이모의 담배도 피워보고 술도 마시고 이모의 옷과 굽 높은 신발을 신고 남자와 춤도 춘다. 결혼해서 평범한 사람처럼 살자고 청혼도 받지만 그녀는 계속 되묻는다.
그리고 나서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다는 다시 수녀복을 입고 단호한 눈빛과 결연한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향한다. 어린 나이에 인간의 나약함을 목격하고 속세의 허무함을 깨닫고 다시 수녀원으로 향하는 걸까? 관객은 추측을 할 뿐이다
영화 내내 안나의 감정처럼 절제되어 있던 카메라가 마지막 장면에선 처음으로 핸드 헬드로 움직이는데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안나가 아닌 이다의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인간의 나약함
유대인 학살을 방조했던 평범한 사람들, 이웃이었지만 그들의 재산이 어차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될거라면 내가 먼저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심, 용서를 구해도 부족한데 그땐 그런 세월이었으니까 이젠 잊어달라며 피해자의 딸에게 축복받길 원하는 가해자가 참 뻔뻔해 보인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건지? 그네들의 역사를 모르니 섣부르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단지 전쟁의 상처로만 간주하기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들을 섬세하고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보기드문 4:3 비율의 화면에서 사람들은 항상 화면 아래에 위치해있는데 이 독특한 구도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듯도 보인다.
미니멀한 흑백의 영상은 아름답지만 절제된 스토리 전개가 약간은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폴란드의 역사를 모르니 섬세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또 너무 잔잔해서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90분 정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니 잘 집중해서 본다면 긴 여운을 남길 정말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tipu cu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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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보고 갑니다.
영화도 잔잔한 듯 한데, 리뷰도 너무나 잔잔하고 고요합니다.
편안한 밤되세요.
이벤트 참여도 감사드립니다.
영상이 흑백이라 더 그렇게 느끼셨을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잔잔한 영화 좋아하는데 보고 싶어지네요. ^^
잔잔한 영화 좋아하시면 추천드립니다!
정말 괜찮아요 ^^
색다른 느낌의 영화네요.
정말 소재부터 색다른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멋진 영화네요 좀 어려워 보이지만..
이벤트 참여 고맙습니다~~^^
제가 세계사에 약해서요 ㅠ; ㅎㅎ
이벤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