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신인류, 구세대가 따라잡을 수 없는.

in #aaa5 years ago (edited)

(원래 제가 썼던 칼럼입니다. https://www.hankyung.com/thepen/article/9022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재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제목만 보면 복지문제와 고령화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같지만 내용은 예상 밖이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안톤 쉬거)와 그가 쫓는 돈 가방을 든 사나이, 이 둘을 뒤쫓는 늙은 보안관 사이에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그린 범죄스릴러 영화다.

코인토스!

많은 관람객이 꼽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편의점 주인은 계산을 하는 주인공에게 지나온 곳의 날씨를 묻는다. 그러자 안톤 쉬거는 살벌한 낯빛을 하며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지” 되묻는다.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안톤 쉬거의 캐릭터에 당황한 편의점 주인은 방어적으로 반응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애쓰지만 안톤 쉬거는 마치 먹잇감을 포착한 뱀이 숨통을 조이듯 편의점 주인의 말꼬리를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다.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안톤 쉬거가 편의점 주인을 살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관객은 알 수 있다. 단지 거슬리는 말을 한마디 했다는 이유로 편의점 주인은 목숨을 담보로 한 '코인토스(동전던지기)'에 참여해야만 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때리고 부수고 하는 강렬한 자극 없이도 관객에게 서슬퍼런 긴장감을 선사한다. 문제는 바로 안톤 쉬거와 편의점 주인의 대화 속에 드러난 세대 간의 시각차다. 세계가 전복되고 있음을 약 5분간의 대화에서 함축하고 있다. 안톤 쉬거는 ‘신세대(Z세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해석할 수 있다. 기성세대와 선을 그으며 자신의 주관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단지 친교적인 의미로 건넨, “자네가 지나온 곳의 날씨는 어떠냐?”란 말에 대뜸 “네가 무슨 상관이냐”로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폼은 나게 산다

영화 내용은 싸이코패스 살인마의 연쇄살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세대차'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다. 영화 제목도 느닷없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지 않나.

<맨인블랙>으로 기억에 남은 '토미 리 존스(애드 톰 벨, 늙은 보안관)'는 살인마를 쫓지만 매번 허탕을 친다. 범죄 현장을 분석하는 시선과 경험은 가히 베테랑 급임에도 불구하고 추적이 굼뜨다. 어딘가 낡아 보이는 그의 사고로는 살인마를 쫓기 어렵다. 결국 그는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살인마를 마주치지 못한다.

감독의 영리한 은유가 여기에 있다. 살인마 안톤 쉬거의 생각은 기존의 경험과 지식으로 쫓을 수가 없다. 틀에 박혀 있지가 않기 때문이다. 안톤 쉬거의 행동규범은 한마디로 '그냥'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내가 가는 길에 장애가 되면 '그냥' 해치우면 된다. 갑자기 나타난 까마귀도 '그냥' 죽인다. 별 거 없다.

새로운 세대가 사고하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 기성세대는 신세대를 보며 "개념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은 이유다. 기성세대는 신세대가 사회적 시선 의식, 예의, 생각이 결여돼 있는 행동을 한다고 느낀다. 욕구와 본능이 보내는 신호를 여과없이 표출하는 세대다. 그러면서 폼생폼사라고, 품위가 죽는 것은 곧죽어도 참을 수 없다. 경제적 상황이 좀 비루해도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 살인을 하고도 옷매무새를 만지고, 구두를 터는 안톤 쉬거다.

영화의 감독인 '코엔 형제'를 이제서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다. 범죄스릴러에 이다지도 정교한 함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준 영화다.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6977-no-country-for-old-men?language=ko-KR)
별점: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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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봤지만 또 이런 의미가 있었는 지는 몰랐네요^^

그냥 제 주관이니까요^^ 왜 영화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일까 많이 고민했봤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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