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에서의 UBI는 실현불가능한 망상일까?

기본소득 또는 국민배당(이하, UBI)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며, 노벨 경제학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1962년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라는 책에서 소득세 체계를 활용하여 기본소득의 변형이라 불리는 음(-)의 소득세를 제안하며 UBI와 유사한 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복지정책을 싫어하는 그가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제안한 것은 오로지 기존 복지 프로그램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UBI는 근로 욕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감소, 생산성 감소에 따른 국민 소득의 감소, 이로 인한 UBI 재원의 감소, 여기에 더하여 이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구, 암호화폐)이 등장하면서 UBI의 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블록체인 1~2세대에서는 디지털 자산(토큰)을 가지고 UBI를 구축해보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Steem을 만들었던 댄 라리머는 그가 만들었던 Steem, EOS에서 UBI를 만들고자 했고 그 재원은 정부의 조세 수입이 아닌 토큰의 자연 인플레이션의 일부였다)

UBI는 특정 주체(정부)가 세금을 징수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소득 재분배의 형태로 지급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토큰 인플레이션의 일부를 할당하는 방식의 기본 소득은 URI로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 UBI : Universal Basic Income (=보편적 기본 소득, 기본 소득)
• URI : Universal Resource Inheritance (=보편적 자원 상속)

그러나 Steem의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지어 다른 스마트 컨트랙트가 내장된 플랫폼 생태계에서도) 아직까지 UBI(또는 URI)는 실현되지 못했고, 이에 준하는(유사한) 케이스도 발견할 수 없다.

그 이유가 뭘까?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대규모의 비용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계정 어뷰징의 방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메일 인증, 휴대폰 인증, 심지어 KYC(주민등록증이나 여권 등)나 Biometric까지 여러 신원 인증 절차를 겹겹이 쌓아두어도 1인 1계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상 달성 불가능한 목표이다.

최근 들어서 소셜 그래프를 통해 사용자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방식으로 Web3스럽게 인증을 하는 방식의 움직임이 다시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 또한 이더리움 진영에서 꽤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는 인증 방식이긴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Steem은 다계정 어뷰징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은 STEEM의 가격 하락과 함께 기한 없는 휴전 상태로 돌입했고, 요즘의 스팀은 무서울 정도로 평화로운 상태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도 없고, WPS(SPS)도 작동하지 않고, 스팀잇 재단도 큰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평판(명성) 시스템도 아무 쓸모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깅으로 사용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소셜 미디어, 오랫동안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오랜 시간 속에서 세월로 인증된 사용자들, 마지막으로는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부분을 사용자들(스테이커들)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스팀 블록체인이 특수 목적 블록체인으로서 UBI(URI)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체인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Steem에서의 UBI는 절대 실현불가능한 망상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