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1] 탄생과 죽음이 금지된 공간에서
Jeff Mills, Jean-Phi Dary & Prabhu Edouard
약 3.4제곱킬로미터. 바다를 떠돌던 작은 섬에 한 여인이 들어온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티탄족의 여신 레토가 헤라의 질투로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출산을 할 수 없게 되자, 마지막으로 델로스 섬에 도착한 것이다. 포세이돈이 이 섬을 바다에 고정시켜준다. 레토는 헤라의 힘이 닿지 않은 델로스 섬에서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을 출산하게 된다.
아르테미스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성숙한 모습이 되어 레토가 아폴론을 낳는 걸 도운다. 9일 뒤, 아폴론이 태어나고 델로스는 축복 가득한 황금빛으로 변한다.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탄생지로 알려진 델로스 섬은 신성하게 여겨져 그 이후로 인간의 산물인 출생과 죽음이 허락되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델로스 유적지에서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선구자 제프 밀스(Jeff Mills)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남인도 출신 타블라 연주자 프라부 에두아르(Prabhu Edouard),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곡가겸 키보디스트 장 필립 다리(Jean-Phi Dary)가 함께 1시간 7분간의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키클라데스 제도를 지나가는 바람도, 부드럽게 가라앉는 석양도 모두 담겼다. 서로의 시간을 잘게 쪼개어 리듬으로 발현하는 세 사람에게 레토와 아르테미스, 아폴론의 영혼이 함께한다. 탄생도, 죽음도 사라진 공간에서 시간은 전리품으로 이들의 연주를 흡수한다.
제프 밀스가 2024년 서울에 내한 공연을 왔을 때, 공교롭게도 생전 처음 위장이 타는듯한 통증에 공연 중간에 나와 응급실로 가야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중요한 순간에, TOMORROW COMES THE HARVEST와 같은 실험적인 그의 즉흥 공연을 마주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경지. 내가 책이나 음악에서 얻고자 하는 느낌은 곧 삶에서 얻고 싶은 감정인 듯하다. 그런 것들을 많이 발견해내고 나누고 싶다. 이곳에서 꾸려갈 나의 음악리스트는 그렇게 채워질 것 같다.
"아스테리아는 또한 그리스 신화 속 티탄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아스테리아는 제우스의 구애를 거절하고 메추라기로 변하여 도망 다니다, 끝까지 제우스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섬이 되었습니다. 이 섬의 이름이 델로스입니다. 이 델로스 섬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이 태어나고 풍요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태어납니다. 제우스의 구애를 거부했던 유일한 존재 아스테리아는 처음에는 제우스의 저주로 말미암아 바다를 떠도는 섬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우스는 곧 자신의 필요로 말미암아, 장차 탄생할 신들의 고향이 되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아스테리아, 델로스 섬을 자라나는 땅이 되게 하였습니다. [스팀시티]는 이 자라나는 대륙 [아스테리아]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그 섬의 이름은 이렇게 불리기도 했는데 묘한 인연이군요. 탄생과 죽음이 금지된 곳이라니, 이미 존재하는 것들은 죽을 수도 다시 태어날 수도 없겠네요. 신이 아니고서야
우와, 그렇군요…! 일부러 신성화하기 위해 정화의식으로 이미 매장되어 있던 시체도 싹 다 옮겼다는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영원히 순례지로 남도록. 아스테리아, 델로스 섬, 그리고 스팀시티까지 이렇게 이어지는 군요! 첫 음악을 무엇으로 하지, 고민하다가 문득 이 공연이 생각났어요. 끌렸던 이유가 있었군요…!! :) 다시 발췌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