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1] 심장으로 모래와 바닷물이 밀려온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0 days ago (edited)



심장으로 모래와 바닷물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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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Decision to Leave / 2022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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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언젠가, 산에서 바다로 잔해가 떠밀려 왔지요.
잔해 속에 있던 게 사람이었는지, 사랑이었는지,
깊어지는 의문과 함께 의아하게도 감정은 온화해지고요.
고인 물은 흔들림이 없고 어떤 결심들은 흔들 수 없어요.
호미산에 안개가 끼고 눈물 같은 가느다란 폭포가 생겨났대요.
우리의 언어는 흩어지고 흘러가고,
훼손할 수 없는 감정은 그저 깊이 잠기게 두는 거라고.


같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두 번 봤다. 그리고 잊히지 않아 각본집으로 읽고, VOD로 두 번 더 보았다.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내게 머문 영화가 또 있었던가. 품위있고 슬픈 방식으로. 이 영화가 특별했던 것도 있지만, 나의 경험과 지금의 나이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영화를 처음 보고 나왔던 때가 생생하다. 2022년 7월 16일 토요일 오후 10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생소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그제서야 울음이 터져나왔다. 영화는 종이로 접듯 두 파트로 나뉜다. 그리고 가운데에서 그의 사랑이, 마지막 모서리에서 그녀의 사랑이 드러난다. 영원히 기억되는 방법으로, 402일보다 더욱 긴 시간으로. 내 삶에서 사랑이 오랫동안 말라있던 때였다. 마치 만조에 바닷물의 높이가 눈에 닿은 것처럼 그렇게 스르르 눈물이 새어나온 것 같다.

꼭 이별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서래처럼 바닷물에 잠기어 자신을 덮는 행위는 사랑의 과정 중에도 발생한다. 상대를 나의 우주에 품기 위해 심장에 모래와 바닷물을 쌓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런 결심을 하지 못했던 인연은 흩어졌다. 모래더미를 박차고 빠져나갔다.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없어서. 그런데 기꺼이 잠겼던 인연은 더욱 깊은 바다로 나아간다. 붕괴된 만큼 사랑의 재료가 가득히 쌓인다. 물이 구멍을 채우고 모든 게 수평으로 찰랑인다. 사랑은 그 찰랑임 속의 안정에 있다. 이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 바로 그 가득함을 느꼈다.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최고 높이의 사랑. 수갑을 찬 두 손을 포개고 다정한 대화를 나눈 뒤 오랫동안 잃었던 잠 속으로 빠진 해준처럼, 그와 같은 기이한 평안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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