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8 고조되는 미중위기 국면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미중관계가 점점 위기 상황으로 고조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미국은 어떤 압력을 가해서든 중국의 지속적인 첨단산업생산 능력을 억제하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가장 우선적인 압박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차단하는데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첨단 반도체 뿐만 아니라 범용반도체의 생삳도 막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ASML사의 장비수출은 물론 이미 중국내에 설치된 장비들에 대한 수리보수 정비에 대한 서비스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함께 유럽과 함께 중국의 범용반도체 생산비중을 줄이기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중고 시설의 이전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소부장의 중국 수출 통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의 TSMC 공장은 일본에 건설하는 것도 여러가지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이 미국의 대중압박 전선에 참가하는데에 대한 보답의 성격으로도 해석가능하다. TSMC공장이 일본에 지어지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한 것이라고 보기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두번째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국 압박전략은 군사적인 부분이다. 미국은 중국을 목표로 하는 중거리 핵미사일의 일본 배치를 사실상 거의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을 대중국 전선사령부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 주일본미군사령관을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시킬 것으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장성들은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한국군이 유사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충돌에 참가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세번째는 외교적 여건조성이다.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위해서는 외교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한바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언급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일본이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의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하겠다.
일본이 납북자문제를 끄집어 내는 것은 미국의 뜻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호락호락하게 미국의 뜻을 따르지는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과 충돌을 하더라도 북한 문제에 대한 정지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작업을 일본에다 맡긴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생각은 대충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의 생각대로 상황이 그대로 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미국의 기술봉쇄를 뚫고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부동산 문제를 위시한 체질개선에 들어선 것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타격을 받지 않도록 미리 거품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의 기술개발에 대한 성과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진척이 빠른 것 같다.
중국은 러시아와 유라시아 경제권역을 창출하고 브릭스를 중심으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세계시장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은 역사상 최고수준에 도달했으며 상호 경제적 의존성도 매우 높아졌다. 특히 미국의 압력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군사동맹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5월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같은 5월에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미일과 중러가 5월에 나란히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 것인지 아직 언론에 보도된 것은 없으나, 아마도 중국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간의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공세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5월의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압박으로 중국을 굴복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겠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도 불가능하고 과학기술의 차단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미국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미국이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벌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지금까지의 금융산업 국가에서 산업생산 국가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핵심적 역량이 바로 반도체와 2차 전지생산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일본을 포함한 반도체 생태계를 완전하게 독점함으로써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과잉생산 능력의 해소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과잉생산 능력의 해소를 위해 가장 많이 이용된 수단이 전쟁이었다.
한반도와 대만의 전쟁을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과잉생산 능력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이 일본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남한의 반도체 생산시설의 해소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어떤 방식의 국가이익을 추구할 것인지는 예측 가능하다. 필자가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파괴하기 위한 전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하니, 반미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국제정치 문제에 있어서는 냉혹한 현실주의자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하더라도 미국이 그런 선택도 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만큼 그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다.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미국의 힘이 빠져 나가면 국제정치적 진공상태가 발생하게 되어 우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갑작스런 공백이 초래하기 전에 우리가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각설하고 최근 들어 미중관계가 그 이전과는 매우 다른 상황에 접어들고 있으며 긴장은 심해지고 위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미중관계는 남의 일이 아니다. 곧바로 한국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