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16 겐 일본방위상의 대중국전구사령부 편성제안의 의미와 평가

4월 15일 아사히 신문이 나카타니 겐 일본방위상이 지난달 미국 방문시 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포함하는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편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물론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겐 방위상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첫째 한미일간 국가간 조약이 없이 사실상 새로운 군사동맹관계의 수립, 둘째는 한미일 대중국전구사령부의 편성이라 하겠다.

겐 일본 방위상의 이런 언급은 일본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이런 구상이 현실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문제는 왜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겐 방위상의 주장은 개인적 수준의 발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보면 겐 방위상의 주장이 결코 갑자기 개인적 구상을 언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겐 방위상의 발언은 크게 보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첫번째는 일본 자민당 고위층에서 이런 논의에 대한 협의와 합의가 이미 이뤄졌고, 실무진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일본 고위 정치권에서 조차 논의가 되지 않았고, 겐 방위상은 자신의 구상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런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다.

필자는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다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일본 고위층이 동의를 했고 이런 요구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먼저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항상 상대방에게 먼저 하도록 하는 경향이 많다. 공식회담을 하기전에 상대방에게 특정한 주제를 먼저 제기해 주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먼저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소위 동맹국들은 미국의 이런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요구는 상당한 압박이고 강요인 것이다.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거의 모든 지역을 하나의 전구로 편성하자는 요구는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평양의 실질적 군사작전 능력을 중국에게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다. 한반도, 일본, 필리핀 및 남중국해를 아우르는 지역을 모두 전구로 편성하면 이제까지 미태평양사령부의 예하편성이 모두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전구사령부는 당연히 일본에 편성될 것이다. 대중국 전구사령부에 편성될 전력은 미군을 중심으로 한국군과 일본군이 주축이 될 것이다.

주일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그 역할과 기능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주일미군사령부를 모체로 대중국전구사령부가 편성이 되고 한미연합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은 줄어들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은 한국군이 대응하도록 하고, 자신의 역량은 모두 중국을 상대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주한미군 전력은 직접적으로 일본에 위치할 대중국전구사령부의 통제하에 들어갈 것이다. 물론 한국군 전력, 특히 해공군과 미사일 전력의 상당부분은 결과적으로 상당부분 미국의 대중국전구사령부의 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군도 대중국전구사령부의 참모부에 편성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에 있는 대중국전구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동북아 및 아태지역 안보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를 제외하고는 별로 비중있게 다루는 언론이 없다. 겐 방위상의 발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겐 방위상의 발언이 최근 미중간 관세전쟁의 시기에 나온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등장이후 미국은 초기의 공세적인 태도와 달리 오히려 수세적인 입장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집중해야할 노력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군사적으로는 개입하지 않은다는 입장인 듯하다. 트럼프가 정권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전쟁의 그림자를 세계 여러곳에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적 노력을 크게 보아 두군데로 나누어 집중하고 있는데 첫번째는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서아시아이고, 두번째는 중국을 적으로 한 동북아, 동남아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서서히 중국에 포커스를 맞춰가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도 의지에 불과하며 적과 직접 싸울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하다. 결국 부족한 능력을 일본과 한국을 통해 보충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특이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혼자라면 중국을 군사적으로 상대하는데 더 유리하지만 다른 나라, 즉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손을 잡으면 전략적으로 더 취약해진다. 그것은 한국의 서해안이 중국 물류의 병목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남한과 북한이 경제안보동맹을 맺으면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고 한 것도 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한반도 인근을 벗어나면 전략적 취약성이 더 커진다. 한국은 대양해군을 유지할 능력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멀리나가면 더 불리하다. 한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대중국전구사령부를 편성하고 이에 한국이 참가하는 것을 국력신장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그것은 군사전략의 기본적 고려도 하지 않았을때 가능한 말이다.

대중국전구사령부라는 구상은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실질적인 수준으로 만들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항상 엄브렐라 조약을 배제하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사실상의 국가조약을 강제하려는 경향을 띠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대중국전구사령부를 편성하는데 한국이 참여하려면 먼저 한국은 일본과 군사동맹조약을 먼저 맺어야 한다. 그러나 한일군사동맹조약을 추진했을때 성공가능성이 없으니 먼저 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겐 방위상의 발언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아마도 누가 권력을 장악하든 다음 정권에서는 이런 구상이 구체화되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걱정스럽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당장 전쟁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우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관세문제에 관해서 한국은 미국보다 오히려 중국에 가까운 입장이다. 한국은 이상하게 점점 더 노쇠하여 붕괴의 길에 접어든 미국에게 더 경도되는 것 같다. 국익의 관점에서 이런 태도를 바람직하지 않다.

항상 그랬듯이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우리 안의 그 누군가가 더 열심히 강력하게 주장하곤한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가면 알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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