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12 트럼프의 미국을 보며, 결국 남북경제안보동맹과 인문지리적 억제가 답이다.
성공하는 국가의 원인은 각각 다르지만 실패하는 국가의 원인은 거의 비슷하다. 특히 그 국가가 패권국가일때는 더욱 그러하다. 자본주의체제에서 패권국가는 필연적으로 금융화의 방향으로 가게된다. 자본주의의 저주라고 할 수 있는 이윤율저하의 일반적 경향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그 어떤 국가도 이윤율 저하의 경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융화된 패권국가가 지속적인 번영을 유지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복지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그런 모델을 보여준 유일한 예는 베네치아였다. 1000년이 넘도록 베네치아는 자본가들이 국가권력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대중들에게 생활을 보장했다. 베네치아는 자본주의의 가장 고전적인 형태를 보여주었다. 현재 중국은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운영방식은 베네치아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도 자본가들이 통치했더 베네치아보다 대중에 대한 복지가 더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는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는 길을 걸었다고 하겠다.
자본주의가 이탈리아를 벗어나면서 자본가들은 직접 통치하는 부담을 벗어 던져버렸다. 소위 민주주의니 선거니 하는 제도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통치할 경우 대중들에게 해주어야 할 복지와 지원을 축소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오늘날 우리가 마치 지고의 가치처럼 생각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돌이켜 보면 자본가들의 역사적 사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한다고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하려고 했다면, 미국 교육을 다시 강화시키고 최첨단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을 했어야 했다. 집나간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망상을 버렸어야 했다.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이나 한국에서 값싸고 성능이 좋은 함정을 만들어서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했다. 중국에 있는 애플이나 테슬라를 천천히 한국이나 일본으로 옮기도록 했어야 했다.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통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어야 했다.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했어야 했다. 그리고 서아시아에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존속을 위해 이란과 협력을 했어야 했다.
이미 수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트럼프는 미국 금융자본의 그 어떤 이익도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정치란 이해관계의 조정이다. 트럼프는 정치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는 외국과 이해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금융자본 및 기업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다. 트럼프는 핵심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가 미국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꼴아 박아 버린 것이다.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일단 숨을 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미국과 중국이 서로 100%가 넘는 관세를 때리면 피해는 불가피하다. 중국도 피해를 입겠지만 충분히 지속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치명적이 될 것이다. 이미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5에 육박했고 30년 국채금리는 5%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미국의 국채를 매수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현재 서구의 경제는 위기상황이다. 특히 영국의 경제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영국 경제가 붕괴되면 미국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다. 게다가 올해 전반기까지 롤오버해야하는 미국 국채는 1경원을 넘는 규모다. 이런 국채를 연리 4.5% 이상의 금리를 지불해야 하면 미국 재정은 버터나갈 수 없다. 이런 상항에서 트럼프는 미국 국방비를 1조달러로 올린다고 했다. 기업 법인세를 낮추고 오히려 예산지출은 높이고 있다. 그러면 국가예산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미국 국채를 사겠다는 매수자는 점점 더 줄어들수밖에 없다. 한계에 도달한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을 트럼프는 완전하게 나락으로 보내버리고 말았다.
미국은 최근들어 국력의 하향세를 겪고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스로 자해하는 길을 선택했다. 미국은 회복탄성한계를 넘어 버린 것이다. 미국은 국력의 회복탄성한계를 초과한 것이 아니라, 신뢰의 회복탄성한계도 초과했다. 한국은 지금과 같은 미국을 믿고 국가를 운영하고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된다. 4년후 트럼프가 물러가고 나더라도 미국은 상황이 더 악화되면 되었지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미국 민주당이 다시 들어서더라도 미국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트럼프의 4년은 미국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그선을 넘었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주도권을 완전하게 꺽어 버리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일치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중에서 일부는 중국이 더 이상 보복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보고 미중간 갈등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중국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미국과 무역분쟁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갈등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한 최고의 전략은 상대방의 약점을 지속적으로 찔러서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마도 미국 국채시장을 혼란시키는 것을 제1의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1차적으로 올해 6월말 미국이 국채를 롤오버할때까지 미국채 금리는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이 갑자기 손을 잡고 관계를 개선할 일은 별로 없다. 중국은 미국시장을 배제한 자신의 길을 갈 것이고 이미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바로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국이 제대로된 국가라면 미국과 중국이 처한 입장을 이용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축구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수시장의 확대이다. 갑자기 한국의 내수시장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다. 북한과 전면적 경제협력이 아니면 현재 한국이 처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 결국 필자가 오랫동안 주장했던 남북경제안보동맹과 인문지리적 억제방안이 사실상 유일한 한국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정권이 중요하다. 다음 정권에서도 종미반북을 외쳐대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국민의힘이 갑자기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아치 정당이라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 사상최악의 국제정치적 환경에서 사상최악의 국내정치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