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9 트럼프의 이란문제와 관세전쟁의 이면 그리고 국민의힘에 대한 조언
머리가 복잡하다. 국제정세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데 국내정치마저 혼란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의 연장선이다. 국제정치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국내정치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국제정치만 바라보고 국내정치상황을 모른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제정치란 국내정치적 상황을 반영해서 보아야 비로소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정치에 입을 다물고 국제정치만 언급하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옳지 않을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그 이전시대의 파괴를 통해 만들어진다. 지금 전세계는 과거의 체제 즉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이다. 기존 체제와 세계의 파괴는 격렬한 저항을 동반한다. 미국과 같은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했던 제국이 그대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저항하고 반발한다.
트럼프가 등장하고 나서 필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군사적인 수단대신 경제적인 수단으로 전환하는 것 같다는 언급을 한적이 있다. 그 진단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미국은 경제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수단도 동반하여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거의 막다른 골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현재 미국이 처한 모순적 국면에서 탈피하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제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최후보루로 서아시아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북한과 같은 핵보유국이 되면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을 억제하지 못하면 유럽은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수에즈 운하와 호르무즈 운하를 직접 통제하는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필자는 유감스럽게도 이미 서아시아의 주도권은 이란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유럽에게 중요한 수에즈 운하를 확보하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유럽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자하는 전략적 구상 때문이라고 하겠다. 만일 이란이 핵보유를 공식화하면 미국은 서아시아에서 더 이상 패권적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안된다면서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란이 사실상 핵을 보유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이미 이란 내부에서는 자신들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다만 최고 종교지도자가 이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 만일 이번에 이란과 미국의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이란과 군사적 대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동시에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관세전쟁은 미국이 처한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표면적으로 미국이 산업생산능력을 다시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미국이 과거와 같은 산업생산능력을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러기에 트럼프의 생각을 다른 방향에서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상 실제적인 효과도 없는 산업생산능력 재확보다는 지금 미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보는 것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의 국가채무문제가 트럼프의 최근 관세전쟁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관찰을 하고 있다.
미국은 다가오는 4월에서 6월까지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채무를 롤오버해야 한다. 그 규모가 6조에서 9조달러를 오간다. 현재 미국의 국가채무가 36조 달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에 다가오는 국채상환 규모는 엄청난 것이다. 정확한 총액규모는 불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현재의 10년 국채 이자가 약 4.3%에 육박하고 있다. 기존 국채의 이자는 2% 대였다. 만일 지금처럼 4%대가 넘는 국채이자로 롤오버해야 한다면 미국의 국가채무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10년 국채이자의 하락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갖은 수단을 다했지만 제대로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일본처럼 자국민이 채권을 사지 않는다. 미국채권의 구매자는 상당부분 외국 중앙은행이다. 최근 미국은 시중은행에게 국채를 살 수 있도록 여러가지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지만 그 성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채금리를 낮추려면 주식시장의 하락이 불가피하다. 필자는 트럼프가 주식시장을 냉각시키고 국제적인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높이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분위기 고조도 이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가 이란에서의 전쟁을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이번에 국채를 롤오버하지 못하면 미국은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100년 무이자 국채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만일 미국이 지금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100년 무이자로 대체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인가? 100년 무이자라는 말은 각국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의 가치를 0로 만든다는 것이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파산하는 것이다. 가장 피해가 큰 국가는 미국 채권을 많이 들고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설사 지금 당장은 각국의 손을 비틀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그 누구도 미국 국채를 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살수가 없게 될 것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은 추정에 불과하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견 음모론으로 보이지만,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입각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재구성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전세계에서 미국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경제관계가 거의 봉쇄되어 있었다. 결국 미국과 관계가 멀면 멀수록 안전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100년 무이자 국채전환에 절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걸어온 관세전쟁을 더욱 강력하게 맞받아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미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압도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적인 입장의 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은 점점 더 미국과 달리 독자적인 태도로 가고 있으며
한국의 정치권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는 관계에 목을 메고 있다. 원래 한국적 보수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는 미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국가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자주국방을 주장했다. 지금 국방부 현관에 걸려 있는 자주국방이라는 박정희의 친필동판 휘호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자주적인 정책이 필요한 지정학적 대격변의 시기에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미국 맹종주의에 빠져있다. 필자는 반미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안정자적 역할이 군사적이라기 보다는 외교적인 의미가 더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것은 군사적인 대응능력 확보를 넘어 국제정치적인 안목과 외교라고 하겠다.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은 전투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의힘이 자주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현재의 지정학적 대격변과 한국이 처한 경제위기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정책적 전략적 기조라면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이 아니라 앞으로의 선거에서 절대로 승리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의임은 자유통일당에게 밀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신의 껍질을 벗고 나오지 못하면 무조건 패배한다. 더 중요한 것은 패배뿐만 아니라 정당으로서 존립의 근거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필자는 이재명을 개인적으로 경멸해왔다. 그리고 그가 무능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민의힘이 지금과 같은 정책적 전략적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필자는 관찰자의 태도에 머물던 것에서 벗어나 그동안 경멸했던 이재명을 위해 서슴없이 표를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