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07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크라이나 전후처리와 미국의 질서없는 퇴각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마자 제3차세계대전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핵무기로 인해 강대국의 직접적인 전쟁이 불가능해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간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대리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누차 언급한 것 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따라 패권의 향방이 바뀐다고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기면 미국의 패권은 붕괴되는 과정을 걷게 될 것이고, 미국이 이기면 러시아는 해체 혹은 급격하게 약화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함께 필자는 전쟁이 시작되자 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현재 군사적인 작전은 사실상 마지막 단계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하겠다.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과 같은 전쟁을 몇년만 더 계속하면 재정적으로 완전하게 붕괴해버리고 국가부도의 상황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현재 트럼프가 과격한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즉 질서있는 퇴각을 위한 전제조건인 적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여건조성이 아닌가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최근 며칠간 발생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동향은 놀랄 정도로 신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같았으면 1년 혹은 수년동안 발생했을 일들이 하루만에 발생하고 있다. 역사상 이토록 빨리 외교적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 며칠간 발생한 사건들은 미국이 국제정치무대에서 퇴각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유럽에서의 공백을 영국, 프랑스, 독일이 메우려고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유럽에서 퇴각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상대하는데 집중하려고 하는 것 같다.

트럼프가 이런 정책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앞으로의 국제정세가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흘러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진열 정비를 위한 질서있는 퇴각이다. 군사작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질서있는 퇴각이다. 질서있는 퇴각이 성공하려면 적과의 접촉을 끊어야 한다. 결국 질서있는 퇴각은 전투중이 아니라 전투이전에 해야 성공의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질서있는 퇴각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미국은 질서있는 퇴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가 퇴각해서 진열을 정비하려면 상당한 댓가를 치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유럽의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수백년동안 세력정치에 이골이 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지금 그들은 러시아와 미국사이에서, 그리고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발생한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이 국제정치무대에서 퇴각하려는 것을 감지하고 있고, 그로 인한 진공상태를 자신들이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후처리의 방향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NATO는 사실상 폐지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상황으로 보이고, 그 공백을 유럽연합의 안보체제가 메울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유럽은 유럽에 의한 유럽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유럽이 변했어요 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하여 발틱, 동유럽까지를 러시아의 완충지역으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지금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진짜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영향력 확대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후처리과정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직접 러시아와 협상을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유럽의 위상을 확보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고 있다. 필자의 추정이 옳을지 틀릴지는 얼마있지 않으면 드러날 것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후처리 문제를 미국과 협상하는 것보다 유럽과 협상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발칸반도와 흑해 및 동유럽 일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면, 우크라이나 전후처리과정에서 미국을 배제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진열정비를 위한 퇴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과정이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 성급하게 캐나다와 멕시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게 있어서 유럽보다 더 중요한 국가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트럼프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국은 제대로 힘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2류국가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지금 심각한 내외부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라는 위기상황이고, 내부적 위기는 한마디로 미국을 통합해내는 역동성을 상실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집단이 모인 사회다. 이런 이질적인 사회를 묶어내온 것이 대중의 경제적 풍요, 기독교 정신, 정치적 자유와 인권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그런 모든 가치들이 붕괴되고 있다. 미국무장관이 TV 인터뷰에 사순절을 의미하는 십자가를 이마에 그리고 나온 것은 그동안 미국을 묶어 오던 통합된 가치를 상실하고 있고, 다시 기독교 정신으로 미국을 통합하겠다는 생각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기독교 정신으로 통합될 수 있는 한계를 지나버렸다.

앞으로의 미국과 국제정치 질서가 어떻게 될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정리되면 다음에는 동북아시아가 될 것이고, 동북아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혀 다른 계산법이 작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질서있는 퇴각이 실패하면 무질서한 후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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