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자갈밭에서 구워먹는 오리고기

어버이날이 가까워졌다. 주말에는 본가가 있는 고향에 가서 으쌰으쌰 감사합니다, 주중에는 대구에 있는 처가 어른들과 으쌰으쌰 감사합니다..라고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경상북도 위주로 지점을 30개쯤 낸 오리구이 체인점, 본점은 대구 달성군에 있는데 매우매우매우 허름하다. 매년 한 번씩은 들른 집인데 아이의 의견을 따라 이 집에 가기로 했다. 이 날의 주인공은 어르신인데, 아직 어린이날 기분에 취한 우리집 어린이가 나서서 뭔갈 먹고싶다고 하니 어른들이 흔쾌히 '거기도 좋지'라고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 집의 최초의 모습은 알 수 없으나 주방쪽만 본 건물이고 손님들이 방바닥이나 자갈밭에 앉아서 먹는 테이블들은 전부 샌드위치 판넬로 짜 만든 공간에 들어있다. 아마도 허름한 한옥집에서 구워팔던 오리고기가 유명세를 타면서 손님의 공간은 마당으로 넓혀졌을 것이고 그 위에 천막을 씌워 장사를 하다가 급기야 가건물로 얼기설기 짜낸 공간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집 어린이는 본인의 의견이 수용된 것에 기뻐하며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었고, 그 자리에 앉은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으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었던 날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