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Column: 계의 역사 (2)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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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T Column


안녕하세요.
새로운 한 해 모두들 잘 맞으셨나요! :).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KEEP!T 입니다.
저번 칼럼에서는 계의 역사를 다루어 봤는데요, 오늘은 현대에서 이루어지는 계의 구조, 그리고 계가 이어져 내려오는 이유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2008년, 경기 불황의 시기에 계모임 하나가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기가 의미심장 합니다.)
'다복회'라는 강남 귀족계는 2000억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운영이 되었으며,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신고한 피해액수만 300억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장이 있었을 겁니다.

계주 윤 모씨는 2000년 초 골프와 사업 등으로 친분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연예인 및 유명인사를 포섭하면서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강남 상류층의 상징으로 통했던 빨간색 수첩은 '다복회'의 '계장'이었다고 합니다. 계주는 계원 300여 명에게 계좌마다 매달 250만원에서 2500만원 까지 곗돈을 받았고, 받은 자금은 '낙찰계'와 '번호계'를 혼용해서 운용했습니다.

그러다 계주의 자금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고리의 사채를 끌어들여 미수금 돌려막기를 시작하고 사채 이자로만 300억원의 비용이 나갔습니다. 또한 계주가 낙찰 순서를 조작하거나 유령 계원을 통해 낙찰 시킴으로써 곗돈을 빼돌리는 행동도 있었고, 새로운 계원을 데리고 오는 사람에게 명품 시계 등의 대가를 지불하는 모집방법도 사용했습니다.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도 '돈을 불리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귀족계는 현대 계의 본질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일단, 계의 구조를 한 번 볼까요.

순번계(번호계)

순번번번계는 미리 순번에 따른 이자를 정해놓고 계원끼리 순번을 통해 곗돈을 받는 방식입니다. 급전이 필요하면 빠른 순번에 받고 높은 이자소득을 원하는 사람은 뒷 순번을 받지요. 곗돈을 탈 때마다 뽑기로 정하는 방식은 뽑기계라고도 합니다.

20명이 매달 20만원씩 20개월을 붓고 월 이자를 0.5%로 정한 번호계를 예로 들어보곘습니다. 월 이자는 곗돈의 0.5%인 2만원이며, 곗돈을 탈 번호는 1번부터 20번까지 정합니다. (세세한 규정은 계마다 다릅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1번을 받아 400만원을 받고, 그 다음 번 모임부터는 나중 순위의 계원에게 줄 이자 2만원을 덧붙여 22만원을 내게 됩니다. 2번은 402만원을 받고, 그 다음 번 모임부터 후순위에게 줄 이자 2만원을 덧붙인 22만원을 냅니다. 이렇게 20명이 돌아가면서 곗돈을 타고 월 이자를 붙인 금액을 내게 되며, 맨 마지막 20번은 438만원을 받는다.

이 계에서 20개월 동안 1번이 모두 낸 돈은 438만원이며 받은 돈은 400만원이니 38만원의 손해를 보지만, 급전을 위한 이자를 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번이 낸 돈은 400만원이지만 최종적으로는 438만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자를 적게 내는 후순위 사람은 계가 깨질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목돈을 받는 것이죠. 거의 10%에 해당하는 이자에, 세금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낙찰계

낙찰계는 이자를 높게 부르거나, 탈 곗돈을 적게 적어내는 계원이 먼저 곗돈을 타가는 방식입니다. 경매 구조가 계와 조합된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돈이 급한 사람이 높은 이자를 내고 목돈을 먼저 타가는 대신 나중 순위 계원들이 그 이자를 나누어가지는 구조가 되는 거죠. 누군가가 목돈이 급한데 도저히 번호를 기다릴 수 없을 때 진행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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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0명의 계원이 100만 원씩 곗돈을 모으면 매달 곗날에 모이는 전체곗돈은 1000만원입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로 낙찰 받는 "1"번은 550만원이라는 낙찰 금액을 써서 내면 1000만원 중 550만원을 뺀 450만원은 나머지 계원들에게 이자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앞 순번 1~4번은 목돈을 먼저 타가는 대가로 수익률이 마이너스고 순번 6~10은 수익률이 플러스이며, 나중에 타갈수록 위험도도 높아지지만 수익률도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이겠지만, 순번계와 비교하면 이자율이 엄청납니다.
일종의 P2P 사채와 비슷한 구조라고 보시면 되지요. 특히 이 낙찰계 구조의 경우 선순위로 돈을 타가는 계원들이 이후에 돈을 붓지 않고 잠적할 확률이 순번계보다 높다고 하는데, 선순위로 돈을 타는 사람들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선순위자에게 부동산 등의 담보를 요구하거나 계원들이 동시에 관리하는 계좌를 열어서 리스크를 분산하기도 합니다.

계의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계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곗돈을 못내는 계원이 생기면 1차적으로 계주가 책임지게 되고, 계주가 계원을 대신해 곗돈을 붓게 됩니다. 이런 책임이 있어, 계주는 맨 처음 곗돈을 타면서도 이자를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곗돈을 못내는 계원이 늘면 계주 부담이 커져가면서 문제가 생기게 되고,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곗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사례도 생기게 되지요.

이렇게 리스크가 많음에도 왜 계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을까요.
계의 본디 목적인 목돈을 만드는데 좋은 수단이며, 기존의 금융상품보다 훨씬 강제적이기에 지출을 통제하는데도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용하기도 너무 쉽습니다. 빠른 순위로 곗돈을 타가려는 사람은 이자를 많이 내기는 하지만 담보가 없이도 돈을 빌릴 수가 있습니다. 또한, 세금도 출처도 묻지 않는 계는 리스크 만큼 은행보다 이자가 높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금융 당국에서 추적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검은돈을 세탁하는 역할로 계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위에 말한 다복회의 경우에도 정치자금형성, 세금탈루 등 ‘자금세탁’의 목적으로 사용된 흔적이 있으며 정치 로비자금과 연루되기도 하였다네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사회적 교류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점차 양극화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누군가와 구분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SKY캐슬'과 같은 드라마는 그 시류를 적나라하게 반영합니다. 계는 바로 그 양극화에 가장 어울리는 구조입니다. 강력한 상호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하기에 폐쇄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는 대신 구성원으로 편입이 되면 사회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정보를 습득하는데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다복회 계장'의 의미이구요.

블록체인은 계와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현재의 퍼블릭 블록체인은 가치를 주고 받는 시스템이며, 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데는 엄청난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히 계와 블록체인은 상당히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공유합니다. 또한 소셜미디어와 결합된 블록체인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합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계에 기반해서 블록체인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참고문헌

세금도 내지 않고 출처도 묻지 않는 계에 관한 모든 것
연예인과 공직자 가족 연루된 강남 귀조계, 다복회 밀착취재
2천억원 규모 '귀족계' 다복회 사건 전말
[Why] 이래서 契(계) 드는구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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